[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사업부진으로 현금이 바닥난 소룩스가 CB(전환사채)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존 CB보다 발행조건이 불리해 이자비용이 더 늘었지만, 구체적인 자금 사용처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관계사에선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아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향후 CB 물량이 현금 상환이 아닌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가 하락 부담도 우려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소룩스의 미상환 CB 잔액은 510억원이다. 2~5회차 CB가 450억원 남은 상태에서 이달 6회차 CB 60억원 추가 발행을 결정하며 재무 부담이 더 늘었다.

발행 회차를 거듭하면서 조달비용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2회차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였으나 3회차엔 각각 2%, 6%로 늘었다. 4회차 CB부터는 표면이자율이 4%, 만기이자율이 8%다.

특히 최근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2022년 소룩스의 연간 이자비용은 3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58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말 기준 현금은 13억원으로, 동기간 발생한 이자 비용(14억원)에도 못 미친다.

반면 지난 2023년부터 영업활동에서는 현금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5, 6회차 CB 조달이 성공하면 210억원의 현금이 추가 유입되지만, 결국 필요자금을 빚에서 조달하는 모양새다.

소룩스는 이번 5, 6회차 CB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연 8%를 넘는 수익률을 달성해야 조달금리를 상쇄할 수 있다. 소룩스는 구체적인 투자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시장에서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아리바이오다. 이미 소룩스는 아리바이오에 87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만 투자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소룩스는 아리바이오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상반기말 기준 손상차손 누계액만 361억원이다. 이에 따라 투자지분의 장부가가 457억원까지 감소했다. 소룩스가 올해 상반기 인식한 아리바이오 지분법 손익은 -15억원이다.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소룩스의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주식수가 늘어나 희석 부담이 있다. 규모도 작지 않다. 현재 발행가능 주식수는 1325만주로 기 발행주식수의 27.19%다. 2~4회차 CB(잔액 300억원)는 별도 리픽싱 조건도 있는데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경우 발행 규모가 늘어날 위험도 있다.

게다가 전환가능 시점도 비슷하다. 주가급등이 있으면 많은 매물이 시장에 한번에 출회될 수 있다는 의미다. 2회차 CB는 지난해말부터 이미 전환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3회차 CB는 내년 3월부터, 4회차 CB는 5월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하다. 5~6회차 CB는 내년 10월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CB에 의한 재무 및 주가 희석 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소룩스 관계자는 “부담 최소화 원칙 아래 (CB를) 발행하고 있어, (발행의) 조건·규모·타이밍을 보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과도한 차입과 일시적 대규모 희석을 지양하고 있고, 앞으로도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의 설명과 달리 시장은 CB 발행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최근 6회차 CB는 지난달 15일 장마감 이후 최초 발행공시가 나왔는데, 다음날 소룩스의 주가는 10% 넘게 급락했다. 전날 14% 넘게 급등한 것과 대비된 흐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