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6월 17일 17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구조 안에서 엇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활발하게 일감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들어간 사조그룹 역시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규정한 사익편취 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사조시스템즈,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뿐이라는 점이다. 다만 공정위가 사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부당거래로 판단할 경우 적잖은 홍역을 치를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사조그룹은 M&A(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필요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적 인수'에는 과감한 편이다. 2023년 사조대림을 앞세워 사조씨피케이 지분 전량(3840억원)을 인수한 것이나, 지난해 사조오양 등을 동원해 2520억원에 푸디스트를 사들인 게 대표적. 이를 통해 사조그룹은 수산물 어획과 도축(사조산업)→가공(사조대림·사조오양)→유통·급식(푸디스트)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했다.
M&A 등으로 몸집을 불린 덕에 사조그룹의 지난해 공정자산총액은 5조2570억원을 기록,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더불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됨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행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기업과 해당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12%를 초과할 경우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사조그룹에서 해당 요건에 들어가는 계열사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등 3곳이다. 우선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회장과 그의 아들 주지홍 부회장이 66.12%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지난해 총매출 179억원 가운데 56.6%에 해당하는 101억원을 계열사 일감으로 올렸다. 사조산업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역시 두 사람이 20.15%를 가지고 있는데 전체 매출(4847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49.9%(2419억원)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더불어 사조씨푸드의 경우 사조산업이 60.66%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고, 내부거래액(256억원)과 내부거래 비중(13.6%)이 공정위 규정을 상회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는 만큼 공정위가 이들 3개사 외에도 예의주시 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기업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율 외에도 계열사 간 거래에 오너의 입김이 미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사조그룹이 사익편취 규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현재 사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큰 틀에서 3개다. 구체적으로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씨푸드→사조동아원→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씨푸드→사조원→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형태다. 사조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은 모두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회전하며,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상장사들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사조그룹의 경우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역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3개사 외에도 사조오양의 경우 지난해 총매출 4007억원 가운데 36.3%에 해당하는 1455억원을 내부에서 확보했고, 사조동아원의 경우 매출(6781억원) 중 30.8%(2091억원)의 일감을 계열사에서 받았다. 이외 계열사들이 엇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영위하고 있는 것도 내부거래가 많은 이유다. 사조대림과 사조오양만 봐도 어묵, 게맛살 등 연육 제품 제조와 식자재유통을 동일하게 영위 중이다.
계열사 간 사업 영역이 겹치고, 전방·후방 산업이 계열 내로 묶인 구조는 유통 효율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공정위는 이를 통해 특정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부당거래로 판단할 수 있다. 당장은 사조산업만이 형식상 규제 대상이지만, 순환출자 구조와 유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제로 한 밀접한 내부거래가 지속된다면, 향후 공정위의 실질 심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매출 30~50%가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구조는 외부 시장 변동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 지분 없이도 상장사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공정위가 순환출자 고리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에 더욱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조대림·오양·CPK를 통해 잇단 M&A를 단행한 것도 결국 내부거래를 통한 통제력 확대의 일환일 수 있다"며 "신사업 진출이 아닌 내부 수익 순환 강화라면, 당국의 감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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