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2일 17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성우창 기자] 지난해 이큐셀 인수를 명분으로 약 7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휴림로봇이 실제 인수에 투입한 돈은 300여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자금의 용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큐셀 인수 이후에도 자기 전환사채(CB)를 인수하거나 계열사 CB를 매입하는 등 본래 사용처와는 달리 자금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이큐셀 인수를 위해 발행한 CB의 전환 청구를 두고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휴림로봇은 비상장사 이큐셀의 지분 48.27%를 보유하고 있다.
이큐셀은 반도체·OLED 제조장비, 이차전지 자동화 장비, 물류자동화 장비 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과거 코스닥 상장사였던 이큐셀은 이화그룹 계열사였으나, 주가조작 사건으로 그룹이 해체되면서 M&A 시장 매물로 나왔다.
휴림로봇이 처음 이큐셀 인수에 나선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휴림로봇은 이큐셀 인수를 명분으로 약 600억원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와 150억원 규모의 제15회차 CB 발행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금은 이큐셀 인수에 사용되지 않았다. 휴림로봇이 곧 이큐셀 인수 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큐셀은 약 4년간 주권 매매가 정지된 상태였고,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기업가치가 쪼그라들었다.
인수계획을 철회했던 휴림로봇은 몇 달 뒤 돌연 이큐셀을 다시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23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이큐셀 지분을 먼저 확보한 후, 이화그룹 측에 74억원을 지급해 총 46%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이를 통해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에 들인 돈은 300억원 가량이다. 최초 조달 자금 750억원 중 절반도 사용하지 않은 셈. 하지만 자금조달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휴림로봇의 보유 현금(별도 기준)은 81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이큐셀을 인수하겠다며 조달했던 자금 중 잉여분인 450억원의 사용처가 묘연한 상태다.
휴림로봇은 유상증자와 CB 발행 당시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이 타법인 지분 취득이라고 공시했다.
인수가 한 차례 무산된 후에는 "현재 사업적 시너지를 구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업들을 물색 중이며, 시장성, 수익성, 재무상태, 기술성, 경영성등을 고려하여 향후 선정기준에 부합되는 기업 존재시, 투자심의위원회 개최 등 적법한 내부제도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후 휴림로봇의 행적은 공시에서 밝힌 바 와는 달랐다.
우선 휴림로봇은 지난해 말 파라텍의 3회차 CB 1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파라텍은 휴림로봇이 60% 이상 출자한 휴림인프라투자조합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휴림인프라투자조합의 파라텍 지분율은 9.43%에 불과해, 결국 휴림로봇이 이큐셀 인수 자금을 파라텍 지배력 강화에 활용한 셈이 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이큐셀이 기업은행에서 차입한 161억원에 대해 자사 현금을 담보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 담보는 약 한 달 만에 다른 담보로 대체돼 해소됐다.
올해 2월 휴림로봇은 자기 자금 60억원으로 15회차 CB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과거 이큐셀 인수를 위해 발행했던 바로 그 CB로, 인수 자금으로 CB를 도로 사들이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초 (자금)조달 목적과 어긋나는 자금 사용은 투자자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자기 CB 매입은 지배권 안정화 목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휴림로봇의 최근 행보는 자금조달의 투명성과 목적 적합성 측면에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CB의 처리 과정을 두고도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15회차 CB는 지난해 7월 비엘코스메틱1호조합이 최초 인수했다. 이후 휴림로봇은 올해 2월 60억원어치를 되사왔다가, 7월 23일 어드밴스·네옴·시그널투자조합에 82억원에 매도했다. 그리고 매도 당일 CB 150억원어치 전량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최초 발행 이후 15회차 CB의 전환가액은 감소를 거듭해 1627원까지 내려왔다. 전환 당시 휴림로봇 주가가 2000원대 중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CB 투자자들은 약 40억~50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휴림로봇이 자기 CB를 직접 보유했다면 더 유리했음에도, 특정 투자조합에 시세차익을 몰아준 셈이다.
게다가 휴림로봇, 비엘코스메틱1호조합, 어드밴스·네옴·시그널투자조합 등 서로 다른 관계자들이 CB 매도와 전량 전환 청구를 동시에 한 것은, 각 사 간 특수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딜사이트경제TV는 휴림로봇 측 입장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관련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를 두고 휴림로봇 주주 커뮤니티에선 "대놓고 CB 장사하는 기업", "다른 로봇주 다 가는데 휴림 혼자 안간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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