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수연 기자] "삼성전자 하반기에 대한 기대요? 입사 동기들 분위기만 봐도 없는 상태에요.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생산성격려금(PI) 지급률은 150%, 삼성전자의 목표달성장려금(TAI)은 25%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첫 직장이라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어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메모리사업부에서 재직 중인 직장인 A씨(30대·남)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선 4일 삼성전자는 오전 사내망을 통해 올 상반기 TAI 지급률을 공지했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실적을 토대로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DS부문의 올해 상반기 성과급은 최대 월 기본급의 25%로 책정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낸드 플래시 업황이 둔화하면서 성과급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A씨는 "DS 사업부 상황이 좋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면서도 "TAI 지급률 발표 이후 사업부 내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지긴 했다"고 말했다.

사업부별로는 메모리 25%, 시스템LSI 12.5%, 반도체연구소 12.5%, 파운드리는 0%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원은 경영 성과 개선의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TAI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DS부문은 지난 2015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TAI로 매번 최고치인 '월 기본급의 100%'를 받아왔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전환됐다. 반도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3년부터 DS부문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상반기 TAI는 월 기본급의 최대 75%로 줄었고, 올해는 25%로 대폭 축소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74조원의 매출과 4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5.9%나 급감했다. 이렇다 보니 TAI를 높게 설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HBM4를 적용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의 내년 양산을 목표로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 이에 이르면 오는 9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초도생산에서 공급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경쟁사 대비 뒤처져 있다. HBM 시장은 공급사의 기술력만큼이나 고객사와의 신뢰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삼성전자가 내년 엔비디아의 루빈 양산 시점에도 HBM을 대량 공급하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퀄 테스트에서 신뢰를 얻지 못해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DS 사업부의 또 다른 직원 B씨(20대·여)는 "DS 사업부 내에서 '지금은 버티는 국면이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버틴다고 좋아질 구조가 아니다"라며 "HBM,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세 축에서 고성능·고수율·저전력 구현을 입증해야 하는데 지금은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바로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하반기 TAI도 상반기와 유사하거나 월 기본급의 최대 20% 수준일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고 했다. 이어 "연 1회 지급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최근 2년간 12~16% 정도였는데, 올해는 5~10%로 예측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