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자금 지원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에만 19조8000억원을 책정한 데다가 연내 공조기업 플랙트 지분 인수대금 15억유로(2조3765억원)도 치러야 하는 까닭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4조7000억원에 불과한 데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이니 만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다시금 손을 벌리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올 3월말 연결기준 105조1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100조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에도 삼성전자의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해당 자산 대부분이 국내외 종속기업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본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별도기준)이 같은 기간 12조3326억원에서 4조7032억원으로 61.9%나 감소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올해 지출해야 할 현금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1월, 2026년까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매년 9조8000억원을 정규 배당으로 편성하고 나머지 잔액을 조기 환원한다. 나아가 같은 해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1년 내 분할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1조9925억원어치,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조881억원 상당의 자기주식을 매입했다.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1조9194억원의 자기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위해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 플랙트그룹에 대한 인수도 결정했다. 인수대금은 2조3750억원으로 거래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로선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존 설비투자에 더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부담까지 가중된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19조9670억원의 매출과 32조33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당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한다. 이에 현금창출력 역시 저하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올해도 삼성디스플레이에 손을 벌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모기업(삼성전자)의 유동성이 빡빡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왔던 곳이 삼성디스플레이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반도체 등 전방산업 시장이 불황을 맞았던 2023년과 2024년,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여금과 배당으로 총 27조6280억원을 끌어왔다. 즉 삼성전자의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상황과 배당 및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부족한 운영자금을 차입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연초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대여금 지급 등 방안에 대해 물밑에서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배당 이외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자회사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