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5월 8일 07시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김지헌 기자] 2020년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펀드 DLS를 둘러싼 치열한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사인 KB증권은 DLS 발행사인 NH투자증권이 원금보장상품이란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NH투자증권에게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그런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환매중단은 안타깝지만 회사의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KB증권의 책임을 더 크게 봤다. 환매중단으로 인한 피해액의 40% 가량을 NH투자증권에게 배상토록 한 것. 나머지 60%는 KB증권의 몫이 됐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모두 법원의 판단에 불복, 항소에 나섰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2019년 NH투자증권이 발행한 DLS에 기반해 'KB able DLS신탁(TA 인슈런스 무역금융)' 1056억원어치를 판매했다.
해당 상품은 수출입기업의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무역금융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다. 펀드는 홍콩의 자산운용사인 트랜스아시아(TA)가 운용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역채권에 부도가 나면서 만기상환에 실패, 환매가 중단됐다.
KB증권은 높은 신용등급의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보험금과 바이백 약정에 대한 NH투자증권의 설명을 믿었다면서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특히 약정에 따라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이라는 NH투자증권의 설명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KB증권 측은 "NH투자증권이 계약 과정에서 대출채권에 신용위험이 발생하더라도 DLS의 기초자산은 글로벌 신용등급 A- 이상의 보험사가 제공하는 보험에 의해 보호된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월 'NH투자증권이 KB증권에게 손해액(847억원)의 40%인 33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NH투자증권이 DLS의 투자위험에 대해 판매사(KB증권)보다 잘 알 수 있었음에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등 투자자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손해배상을 하도록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KB증권도 상품에 대한 독자적인 검토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고 판매사의 말만 믿었다는 점을 감안, NH투자증권의 배상액을 40%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KB증권이 DLS가 '원금 비보장' 상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발행사인 NH투자증권이 DLS의 기초자산과 관련한 보험 가입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전반적으로 발행사와 판매사 양측의 책임을 모두 인정한 판결을 낸 셈이다.
KB증권은 법정에서 NH투자증권이 DLS의 원금이 보장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KB증권에 따르면 해당 DLS가 발행되기 1년 전인 2018년 NH투자증권이 KB증권 담당자에 '대출채권에 관한 보험 보장금액은 원금 100%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또 판매사인 KB증권에 투자설명서를 제공하면서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동시에 디폴트가 발생해 부도가 난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보험사가 원금을 지급 보증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NH투자증권도 방어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보험에 대한 통제권한을 가진다는 취지로 설명하거나 상품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KB증권은 또 "무역금융 대출채권이 만기에 상환되지 않을 경우 자산운용사인 트랜스아시아(TA)가 바이백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바이백이 구속력이 있는 약정이 아닌 운용사의 재량사항이라는 점을 KB증권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앞서 KB증권은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해당 DLS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손실액의 50%를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양쪽 모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NH투자증권에서 손해액의 전부를 돌려받으려던 KB증권의 계획이 꼬인 셈.
1심 판결에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모두 승복하지 못하면서, 재판은 2심을 앞두고 있다. KB증권은 원하는 만큼의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됐고, NH투자증권은 돌연 339억원을 물어주게 됐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1심 이후 원고와 피고 모두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변론기일은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KB증권 관계자 역시 "항소장이 제출된 게 맞다"며 "소송 중에 있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양사가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두고 다투고 있는 가운데 아직 배상을 받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소송을 준비 중이다.
개인투자자 소송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KB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법무법인 세 곳에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는 NH투자증권을 피고로 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10일 금융감독원은 KB증권에게 사모펀드 판매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조치를 내렸다. 환매중단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금감원은 KB증권이 '원금보장 투자구조', '국제신용등급 A- 이상 보험사가 원금을 보장하는 대출' 등 투자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고 영업점에서 그대로 사용한 것을 문제삼았다. 바이백을 통해 투자금이 상환되는 안전한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한 것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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