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국내 증시 상장사 중 시가총액 1위,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엔비디아향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때문이다.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가 올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증권가의 전망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영업익을 35조9000억원, 삼성전자는 35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달 총 11개의 증권사(IBK·KB·한화·신영·SK·삼성·DS·키움·한국투자·BNK·상상인증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제시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SK하이닉스의 우위를 점쳤다.
삼성전자의 영업익 평균 컨센서스는 34조 6909억원, SK하이닉스는 32조455억원으로 증권사들의 평균 전망치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약 2조6000억원 가량 앞섰다.
한국투자증권이 주목한 건 HBM 관련 실적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HBM 주력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HBM 매출 비중이 디램 내 40% 이상을 차지해 메모리 공급사 중 실적 안정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하이닉스가 HBM 12단 신제품 출시에 따라 ASP(평균판매단가)도 상승할 걸로 보이는데, 전체 매출의 30% 수준을 이미 확보하면서 경쟁사들과 차별화 요소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기업공시채널 카인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래로 국내 상장기업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건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 2023년과 2위 자리로 잠시 밀린 1996년과 2008년 뿐이다. 특히 2위 로 실적 순위가 밀려났을 때도 SK하이닉스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기준)은 26조2300억원으로, 하이닉스(15조3800억원)를 앞선다. 다만 DS(반도체) 부문만 따로 떼서 보면 12조2300억원으로 하이닉스보다 약 3조원 뒤쳐졌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하이닉스의 시장 전망치인 8조원에 비해 밀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은 HBM 실적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반도체에서는 이미 중국의 CXMT가 기술적 격차를 많이 줄였다”며 “특히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손실을 보면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실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의 납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을 타사 대비 올려 잡은 증권사들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개선, 그중에서도 HBM에서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SK·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익을 40조원 내외로 추정했다. 이달 보고서를 제출한 20개 증권사 평균치(33조8000억원)보다 높다.

이들 증권사는 분기별로 DS 부문의 영업익이 더 오를 것으로 봤다. 3개사 평균치를 보면 1분기 2조2300억원에서 4분기 7조2000억원까지 성장을 예상했다. 반면 DX(가전·모바일) 부문 영업익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SDC(디스플레이) 부문은 3분기까지 오르다 이후 소폭 하락을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으로 턴어라운드가 전망되는데 이는 HBM 판매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 HBM의 기존 주력 고객이었던 브로드컴이 ASIC(맞춤형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건 위안이 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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