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약 90%를 점유한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5세대 HBM인 HBM3E 16단 제품 샘플 공급을 계획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과 성능으로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려 선두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HBM3E 16단 제품의 샘플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샘플 공급은 고객사가 제품을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단계다. 즉 상용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과정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 16단 제품 양산에 필요한 주요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HBM3E 8단과 12단 제품의 경우, 샘플 공급부터 양산까지 최소 4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이를 감안하면 16단 제품은 샘플 공급 후 이르면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HBM3E 16단 제품 양산에 성공할 경우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전망이다. 블랙웰 등 엔비디아가 개발 중인 AI 가속기의 성능 향상에 최신 HBM 기술 탑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과열 문제로 출시가 지연된 '블랙웰'에 이어 '블랙웰 울트라', '루빈' 등 차세대 AI 가속기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차세대 AI 가속기가 등장할수록 최신 HBM 제품에 대한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와 손을 잡는 기업이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경쟁사와의 격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3%로 삼성전자(38%), 마이크론(9%)를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엔비디아에 HBM 납품 소식을 전하지 못한 상태다. 그나마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으나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새로운 대형 고객사 확보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 브로드컴으로부터 HBM 대량 공급과 관련해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확인해줄 수 없는 내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할 경우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한정된 판매처를 늘림에 따라 매출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며 "HBM 매출 비중이 D램 내 40% 이상을 차지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 업계는 SK하이닉스 올해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매출 83조원, 영업이익 33조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이지만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23조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는 HBM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역대 최대치를 재차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실적은 역대 최대인 2024년을 재차 경신할 전망"이라며 글로벌 HBM3E 출하 비중이 2024년 46%에서 2025년 89%까지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블랙웰 수요 기반 확대와 더불어 HBM3E 12단 시장에서도 선두 업체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