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엔비디아가 차세대 아키텍처 '블랙웰'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SK하이닉스가 웃음을 짓고 있다. 블랙웰 기반 GPU에 탑재될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할 기회를 잡은 까닭이다. 다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추격과 블랙웰 출시 지연 등의 불안 요소는 극복 과제로 평가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1분기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GPU 생산량이 최대 80만 장에 달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아울러 1분기를 기점으로 블랙웰 매출이 이전 세대인 호퍼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웰의 생산량이 지난해 4분기 대비 3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가격 역시 호퍼 GPU 대비 약 70% 높다는 것이 이유다.
모건스탠리의 전망처럼 엔비디아의 블랙웰 생산량이 증가하면 최대수혜자는 SK하이닉스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그간 호퍼 기반 GPU에 HBM3를 공급하며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블랙웰 시대에도 엔비디아와 견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랙웰 GPU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8단과 12단이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8단이지만 점진적으로 12단 비중을 높일 전망이다. 블랙웰을 넘어 블랙웰 울트라, 루빈 등 엔비디아의 차세대 아키텍처에 탑재할 고성능 HBM에 대한 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실제 SK하이닉스는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48GB 용량의 HBM3E 16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 6세대인 HBM4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블랙웰 GPU는 이전 세대보다 최대 30배 빠른 AI 추론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한다. 호퍼 기반 GPU인 H100에는 6개의 HBM3가 장착되는 반면, 블랙웰 기반 GPU B100에는 8개의 HBM3E가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블랙웰 GPU 생산량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SK하이닉스의 HBM3E 공급량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블랙웰 출시 지연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초 작년 4분기 출시 예정이었던 블랙웰은 설계 결함과 발열 등의 문제로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가 HBM3E 성능 개선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대로 블랙웰 출시 지연에 따른 메모리 업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이전 세대인 호퍼로 블랙웰의 공백을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고 호퍼 GPU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블랙웰이 출시되면 더 높은 성능의 AI 가속기가 필요한 빅테크들은 다시 블랙웰로 관심을 옮겨갈 것”이라며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파트너십, 업계 최고의 기술력,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가 HBM3E 공급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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