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8월 14일 17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중장기 비전과 관련해 웰니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1년도 안돼 경기 안성의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생산거점 매각에 나서는 등 거꾸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년 넘게 관련 사업을 이어왔음에도 기존 선두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처질 정도로 그룹 내 존재감도 미미한 데다, 건기식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걸었던 다른 기업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고전하는 사례가 적잖은 탓이다. 회사가 최근 안성의 건기식 생산거점 매각을 추진하고 생산설비를 오산으로 통합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단계적인 사업 축소를 거쳐 결국 철수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창립 80주년 기념식에서 웰니스 사업 강화를 포함한 새로운 중장기 비전을 공식 발표했다. 서경배 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5년까지 그룹 매출 15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대표 뷰티·웰니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5대 전략 가운데 통합 포트폴리오를 다루는 '홀리스틱(Holistic)' 전략에는 웰니스와 디바이스 사업 확장이 명시됐다. 바르는 화장품을 넘어 먹는 건기식과 미용기기까지 아우르는 통합 뷰티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 이행평가에서는 웰니스의 범위를 건기식과 미용기기 등으로 구체화하고, 관련 카테고리를 육성해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불과 10개월 지난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건기식 핵심 거점인 안성 헬스케어사업장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매각 대상은 사업장의 토지와 건물이며, 바이탈뷰티 제품을 생산해 온 주요 설비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해 2027년 중 오산 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오산에는 현재 설화수·라네즈 등 기초화장품을 생산하는 스킨케어사업장과 색조화장품을 생산하는 메이크업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이곳에 바이탈뷰티 생산라인을 구성해 화장품과 건기식 생산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설비 운영과 생산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건기식 사업을 실제로 육성할 의지와 실행력을 갖췄는지를 두고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2002년 바이탈뷰티의 전신인 'VB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에 걸맞은 브랜드 입지와 사업 규모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바이탈뷰티를 통해 콜라겐 제품인 슈퍼콜라겐과 체중·대사 관리 제품 메타그린, 홍삼 제품 명작수, 프로바이오틱스 등 30여종을 운영하며 주요 기능군에 걸쳐 제품군을 꾸준히 넓혀왔다. 하지만 일부 제품이 특정 유통채널에서 성과를 거뒀을 뿐, 이를 기능별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 지위로 확장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건기식이 투자와 사업전략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보니 제품 수는 늘었어도 브랜드 존재감은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는 홍삼의 정관장과 유산균의 락토핏, 비타민의 고려은단 등 기능별 대표 브랜드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해 확고한 지위를 굳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진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기존 강자와 차별화하고 반복 구매를 이끌 대표 제품을 육성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인 셈이다. 이에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이어졌지만, 건기식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걸었던 기업들 상당수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는 2022년 건기식 브랜드 어바웃에이치를 보유한 빅썸바이오 경영권을 확보하며 종합 헬스앤웰니스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서 자본잠식과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같은 해 건강사업부문을 떼어내 CJ웰케어를 설립하며 식품·바이오 역량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으나, 지난해 매출은 797억원으로 과거 목표로 했던 5000억원을 크게 밑돌고 있다.
동종업계인 LG생활건강 역시 생활정원과 리튠 등을 통해 제품군을 확대해왔지만, 시장을 이끌 만한 대표 제품이나 뚜렷한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건기식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결국 대폭 축소 혹은 철수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회사가 표면적으로는 자산 효율화와 생산 통합을 내세웠지만, 사업을 실질적으로 키울 계획이었다면 전용 거점을 유지한 채 가동률을 끌어올리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선택지를 택했을 것이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기식은 진입장벽이 낮아 제품을 출시하기는 쉽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밀려나는 속도도 빨라, 반복 구매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기 쉽다"며 "대기업들도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초기 판매를 일으키는 데는 유리하지만 이를 충성 고객과 반복 구매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산설비를 화장품 생산거점으로 통합하면 건기식만을 위한 독립적인 증설과 투자에는 이전보다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확장보다는 현재 사업 규모를 관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이며, 향후 추가적인 투자나 성장 전략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단계적인 사업 축소를 거쳐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은 생산거점 통합 이후에도 건기식 사업을 지속 육성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탈뷰티는 아모레퍼시픽이 80년간 쌓아온 뷰티 과학을 기반으로 콜라겐과 녹차추출물 등 이너뷰티·다이어트 분야에서 연구·기술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며 "오산 공장 이전은 안성 공장에서 생산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형·설비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먹는 레티놀'을 적용한 슈퍼레티놀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현재 역직구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차별화된 소재와 제품·기술력을 앞세워 다이어트와 이너뷰티 분야의 글로벌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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