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5월 9일 08시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미림 기자]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신촌 일대가 인파로 북적이던 지난 6일 저녁. 신촌역과 서강대역 사이 대로변에 들어선 신세계건설의 ‘빌리브 디 에이블’만은 유독 적막했다.
건물 앞 부동산 중개업소 창문에는 '급매 8억5000만원, 한강뷰 고층'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신촌 핵심 입지, 신축, 한강 조망이라는 조건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매물이었다.
빌리브 디 에이블은 신세계건설이 CBD(종로권역)와 YBD(여의도권역) 직장인을 겨냥해 선보인 고급 주거시설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내걸며 분양률을 63.02%까지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5월 준공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현장은 기대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건물 내부 사정은 더욱 황량했다. 주상복합 형태인 이 건물은 1층~3층이 상가, 4층~23층은 오피스텔 및 소형주택으로 구성됐으나, 상업 시설 대부분은 주인을 찾지 못해 텅 비어 있었다. 한창 유동인구가 많을 퇴근 시간대였음에도 로비에서 입주민은 마주칠 수 없었다. 1층에 마련된 분양 홍보관 역시 상담객의 발길이 끊겨, 문 앞만 서성이는 직원들의 모습만 보였다.
건물 내부는 더 황량했다. 지상 1~3층 상업시설 상당수는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고, 4~23층 오피스텔·소형주택 역시 입주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퇴근 시간대였지만 로비에서 입주민을 마주치기 어려웠고, 1층 분양 홍보관에는 상담객 대신 직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시장에서는 “신촌인데 왜 안 팔리느냐”보다 “빌리브 디 에이블만 왜 유독 안 움직이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촌은 대학생과 직장인 임차 수요가 꾸준한 지역이라 보통 매물이 나오면 바로 문의가 들어온다”며 “그런데 빌리브 디 에이블은 거래 자체가 끊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중개업소 운영하면서 해당 건물 거래를 단 한 건도 성사시킨 적이 없다”며 “심지어 내부를 보겠다는 문의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개업계는 가장 큰 원인으로 ‘과도한 신축 프리미엄’을 지목한다. 신촌 일대 대부분이 구축 건물인 상황에서 빌리브 디 에이블만 사실상 신축 상품으로 공급됐는데, 문제는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까지 가격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해당 건물의 평균 매매 호가는 10억원 안팎, 월세는 3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유사 면적 월세 시세가 100만원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운 가격 차이가 난다. 고소득 직장인을 겨냥했다지만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가격 저항선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결국 부담은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분양 당시 제공됐던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다. 잔금 마련에 실패한 수분양자들이 급매를 쏟아내고 있지만, 매수세 자체가 실종되면서 거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실제 취재 도중 한 공인중개업소에는 다른 중개업소 직원이 급히 들어와 신규 급매 물건 3건을 공유했다. 그는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가 제발 팔아달라고 부탁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든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가격을 낮춰도 결국 거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빌리브 디 에이블 사례를 두고 “입지보다 가격이 시장을 이긴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신촌이라는 상징성과 신축 희소성만 믿고 고분양가 전략을 밀어붙였지만, 결국 시장 수용 한계를 넘어서며 공실과 거래절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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