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월 17일 7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박세현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더불어 상품의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외형의 확대와는 별개로 개별 상품 간 차별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중소형 운용사가 먼저 내놓은 테마형 ETF를 대형 운용사가 유사한 형태로 뒤따라 출시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건전한 경쟁과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과도한 상품 경쟁과 모방 문제를 지적한 만큼, ETF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운용사들이 신규 상장한 ETF는 173개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내 ETF 전체 상품 수는 1062개로 늘어났다. 연간 ETF 상장 건수는 2020년 41개에서 2021년 77개, 2022년 114개, 2023년 138개, 2024년 165개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ETF 상품 수가 급증하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ETF가 계속해서 쏟아지며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투자자들로부터 ETF 상품이 너무 많아 선택 자체가 부담이라는 피드백을 자주 듣는다”며 “투자는 본업과 병행해야 하는데, 상품 구조와 차별성을 이해하는 데 과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옥석 가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형 운용사가 하나의 테마형 상품을 먼저 선보이면, 대형 운용사들이 이와 유사한 구조와 콘셉트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이른바 '상품 베끼기' 관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 운용사들은 대표 지수형 ETF에서 대형사에 비해 시장 장악력이 약한 만큼, 틈새 시장을 겨냥한 테마형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리서치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히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대형 운용사들이 해당 테마를 주목해 유사 상품을 내놓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운용사가 방산이나 조선 등 특정 테마를 발굴해 시장 반응을 확인하면, 이후 대형사가 더 낮은 보수를 내세운 동일 테마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자금은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여력을 갖춘 대형사로 쏠리면서 중소형사의 차별화 시도가 희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방산과 조선 테마 ETF가 대표적인 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3년 1월 ‘PLUS K방산’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했지만, 2025년 7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K방산TOP10’을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자산운용은 2023년 10월 ‘SOL 조선TOP3플러스’를 상장했으며, 1년 뒤인 2024년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TIGER 조선TOP10’을 출시했다.
상품 베끼기 문제는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공정한 경쟁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훌륭한 상품이라면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선택해 연속성을 갖게 되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 시장의 원리”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 운용사의 베끼기 관행으로 상품이 획일화되면 결국 규모의 싸움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중소형 운용사가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ETF 상품 모방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규제당국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봐야한다"며 "거래소의 신상품 보호제도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금감원장이 과도한 경쟁을 점검하고 투자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만큼, 중소형 운용사들은 이같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ETF 등 자산운용업계의 상품에 대해 "단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상품 쏠림, 베끼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는 사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무분별한 경쟁과 고객 신뢰 훼손은 자산운용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소비자가 시장을 떠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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