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17일 11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퀄 테스트 통과 지연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자회사(지분율 91.54%) 세메스다. 세메스는 삼성전자에 HBM 제조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공급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본딩 장비가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아서다. 더욱이 HBM과 무관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들이 세메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이 같은 지적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에 재계는 기술경쟁력을 강조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뉴 삼성’ 체제가 본격화되면 세메스에 대한 강도 높은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 중이다.
2022년은 반도체 업계에서 격동의 시기로 꼽힌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이자 시스템반도체의 일종인 HBM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해이자 미국 스타트업이었던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이며 생성형 AI 열풍이 불었던 해다. 세메스가 삼성전자의 공급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2022년부터다. 이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2019년 HBM연구개발팀 해체한 지 2여년 만에 세메스로부터 TC본더를 사들이며 HBM 개발에 재착수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TC본더 물량 대부분을 세메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속경영가능성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공급망 리스트는 각 협력사와의 상호 협의 아래 리스트에서 이름을 제외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부품 구매액의 80% 이상 차지하는 협력사를 기준으로 공급망 리스트를 공개하는 점을 비춰볼 때 세메스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일본 부품사인 신카와로부터 납품받는 TC본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세메스의 비중을 늘리기로 한 점도 이 같은 추정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세메스의 TC본더 경쟁력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최대 고객사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미반도체 TC본더를 사용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를 납품하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HBM의 코어다이(원재료)인 D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율도 문제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TC본더 공급망을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으로 다각화하며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벤더사 간 기술경쟁을 유도하며 제품 품질을 높여나가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가 세메스에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벤더사 사이에서 세메스의 기술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세메스 경영진의 면면도 이러한 비판을 키우는 배경이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세메스 대표이사직은 삼성전자가 전·현직 임원에 대한 보은인사 자리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세메스를 이끌었던 정태경 대표는 2021년까지 삼성전자 LED사업팀 부사장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세메스를 새로 이끌고 있는 심상필 대표 역시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마케팅실장, CP실장 등을 역임한 임원이다. D램은 물론 HBM과 무관한 경영진이 세메스를 이끈 탓에 경쟁력이 뒤쳐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초격차 기술력 회복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물론, 세메스에 대한 전방위적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한 이 회장의 발언과 함께 그동안 강조한 인재 중심 경영철학을 비춰봤을 때 대규모 인적쇄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하고 독한 삼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 중 하나도 엔지니어,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영진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라며 "기업을 이끄는 리더가 기술 개발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결해 가야할지 지목하는 부분에 있어 실 경험이 부족한 비(非)엔지니어 출신 임원들은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TC본더도 마찬가지로 최근 LG그룹에서도 개발에 나서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TC본더 개발 플랜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현재 삼성전자는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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