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4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2년째 지켜왔던 '리딩뱅크' 타이틀을 내준데다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 리딩뱅크 수성 실패...비은행 기여도도 아쉬워
13일 하나금융의 실적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3조7388억원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했다.
이중 하나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3564억원으로 하나은행의 그룹 순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2023년 대비 3.5% 감소한 수치일 뿐 아니라 2022~2023년 2년 연속 지켰던 '리딩뱅크' 자리도 신한은행에 내줬기 때문.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6954억원으로 전년대비 20.5% 껑충 뛰면서 6년만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다.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가 다른 금융지주사에 낮은 점도 문제점이다.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은 15.7%로, 전년(4.7%) 대비 11%포인트(p) 높아졌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기여도는 2021년 32.9%를 기록한 이후 2022년 18.9%, 2023년 4.7%로 떨어진 뒤 지난해 반등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KB금융(40%)과 신한금융(25.2%)의 비은행 기여도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계열사 중 보험 부문에서 적자가 지속되며 그룹 실적에 부담을 줬다. 하나손해보험과 하나생명은 지난해 각각 308억원,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이 보험 부문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KB손해보험은 8395억원, KB라이프생명은 2694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KB금융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하나저축은행도 지난해 3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그룹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건전성 측면에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저축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수익성과 건전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12.14%로 1년 전보다 5.83%p 악화했는데, 이는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KB저축은행 NPL 비율은 11.39%, 신한저축은행 8.47%, 우리금융저축은행 11.2%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나카드가 전년대비 30% 개선된 221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 하나카드의 수수료수익은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겼는데, 이자수익 감소에도 불어난 수수료수익 덕분에 전체 순이익이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도 2251억원의 순익을 기록, 흑자전환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이자이익 감소..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
하나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이자이익이 줄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8조7610억원으로, 전년(8조8794억원) 대비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이 12조8267억원로 5.3%, 신한금융이 11조4023억원로 5.4% 불어났고 우리금융도 8조8860억원으로 1.6% 늘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으로 하나금융의 지난해 NIM(순이자마진)은 1.69%로 1년 전 1.72%보다 줄었다.
금융권은 국내외 기준금리가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어 NIM도 하락 압력을 받는 만큼 은행부문에만 의존하기 어려워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시장금리 하락세로 인해 대출 수익성을 나타내는 NIM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들은 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익 창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의 순이익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그룹 수익성 제고를 위해 최근 부진했던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증권의 턴어라운드 기조, 보험사의 적자 폭 축소, 카드 부문의 수익 창출력 강화를 통해 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3년 KDB생명 실사를 진행했으나 전략적 부합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수를 철회한 바 있다. 현재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M&A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닌, 그룹 포트폴리오의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한 수익 극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계열사 간 협력과 본업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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