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쿠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지난달 신세계그룹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맞손을 잡는다고 밝혔다. 이마트 계열인 G마켓과 알리바바 계열인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합작이다. 이를 두고 시장과 언론 대부분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를 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지, '이커머스계 판도를 뒤바꿀 대항마'로 작용할지에 중점을 뒀다. 정용진 회장이 G마켓(지마켓)을 갖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분석들이다.
과연 사실일까. 오히려 도전이 아닌 이마트의 생존, 나아가 정용진의 생존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눈에 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짚으면 G마켓을 털어내고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는 진단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에서 "기업의 존재 목적은 고객가치 창출이고, 기업의 첫 번째 의무는 생존"이라고 했다. 사실 정 회장은 국내 스타벅스 사업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사업을 전개한 점 외에 내로라할 성과를 보이지 못해왔다. G마켓도 마찬가지다. G마켓은 뚜렷한 존재 목적을 실현하지 못했을뿐더러 거듭된 적자로 생존에도 위협을 받고 있다.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난 G마켓을 계속해 끌고 가기는 힘들다. 마치 승산 없는 전쟁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는 꼴과 같다. 승패는 진즉 갈라졌다. 쿠팡은 조기 물류 센터 확보로 로켓배송을 도입했고,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등을 와우멤버십으로 연결했다. 멤버십 가격 인상에도 '탈팡족'이 없었던 데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오픈마켓인 G마켓의 경우 재고부담을 셀러들이 지지만, 쿠팡은 자체적으로 진다. 고객경험은 대부분 서비스 '만족감'에서 나오는데, 오픈마켓의 배송 속도와 서비스 품질은 셀러마다 달라 고객 경험이 일괄적이지 않다. 반면, 직매입·직배송 플랫폼은 일관된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고, 직접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불량품이나 반품 문제에서 더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 G마켓이나 알리익스프레스는 같은 방식이다. 합작법인이 쿠팡처럼 운영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합작법인의 시너지로 'G마켓과 알리바바 합작법인을 통해 G마켓 셀러들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강조했다. 하지만 기존 G마켓에서 'MADE IN CHINA' 제품을 팔았던 셀러들에겐 좋은 소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중국 자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아닌, 중국 셀러들이 중국산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이미 중국 로컬 셀러들이 대거 입점, 대규모 공급망을 통해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마트가 밝힌 합작법인 목적성에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정 회장은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이마트 측의 설명으로는 합작법인이 쿠팡을 이길 가능성도 G마켓이 기적적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답은 하나로 좁혀진다. G마켓을 탈피하기 위한 출구전략, 바로 '엑시트'다. 향후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가칭)'가 출범하고 천만다행으로 해당 법인의 가치가 상승하면, G마켓을 털어내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인수대금의 70%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인수한 G마켓이 문제아로 전락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합작법인의 미래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이마트 측은 이러한 분석을 부인하고 있으나 정 회장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신선식품 등 직매입·직배송을 담당하는 쓱닷컴(SSG.COM)만 품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품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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