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4월 2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상법 개정이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대주주 중심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고 소수주주 권한과 이사회 책임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딜사이트경제TV 경영전략포럼'에서 "상법 개정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십년간 한국 자본시장을 따라다닌 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였다"며 "그 원인으로 취약한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 저성장 구조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수단이 상법 개정이다. 기업을 규율하는 가장 근원적인 상법을 손질해 지배구조의 틀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실제 상법 개정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빠르게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정체된 주가도 점차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 주가 상승을 상법 개정만의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AI 혁명이 주도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 정책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상법 개정은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소수주주 보호 강화, 대주주 권한 축소, 이사 책임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먼저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주요 변화로 꼽힌다. 소수주주를 대변하는 후보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그동안 제한적이었던 주주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주주 권한 축소 역시 눈에 띄는 변화다. 3%룰 적용 확대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사 책임 강화다. 과거에는 이사회가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안건을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회는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확인됐다. 서스틴베스트가 232개사의 주총 안건 224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반대 권고율은 12.8%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정관 변경 안건은 729건으로 3.7배 급증했고,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도 크게 늘었다. 자사주 관련 안건도 다수 등장했다.
오 대표는 "상법 개정이 본격 시행되기 전에 회사에 유리한 거버넌스 체계를 마지막으로 구축하려는 움직임과 투자자들이 경영진 보수에 대해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상법 개정 전에는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였다면 이제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며 "상법 개정 자체가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실제 내재화 속도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 대표는 주주 중심 자본주의 강화에 따른 부작용도 경고했다. 배당 등 분배에 대한 요구가 과도해질 경우 기업의 투자와 성장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이사회 중심 거버넌스가 바람직하지만 그 중심에는 특정 주주가 아니라 회사 자체가 있어야 한다"며 "주주와 이사회, 경영진이 삼각 균형을 이루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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