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미래에셋생명이 보유 중인 자사주의 약 93%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의 지분 매입 움직임과 맞물리며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자기주식 가운데 약 6292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전체 자사주의 약 93%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생명은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약 470만주를 제외한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전량을 소각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가 완료되면 회사의 총 발행주식 수는 기존보다 약 31.8% 줄어들고, 보통주 기준으로는 약 23.6% 감소하게 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초에도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2018년 PCA생명과의 합병 과정에서 발행된 합병 신주 가운데 약 1600만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당시 기준 보통주의 약 9% 규모였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는 만큼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수는 변하지 않는 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요 주주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이번 자사주 소각이 완료될 경우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의 지분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12일 기준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지분 22.01%(3896만795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7.74%(3140만4967주), 미래에셋캐피탈이 15.59%(2760만1633주), 미래에셋컨설팅이 5.21%(922만899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 측 지분은 총 60.74%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 이후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 경우 그룹 측 지분율은 80%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상장폐지 요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발행주식 총수(자기주식 제외)의 95% 이상이어야 한다. 의결권 산정 과정에서 자기주식은 제외되기 때문에 자사주 소각 자체가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 매입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공시를 통해 미래에셋생명 주식 취득을 위해 약 300억원을 투입하고 오는 4월까지 장내 매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미래에셋컨설팅 등 계열사들이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지배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상법 개정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주주환원 확대와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업 특유의 자본 규제로 인해 배당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규제 등의 영향으로 회사는 2022년부터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장사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가치 역시 저평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2년 0.09배, 2023년 0.21배, 2024년 0.27배, 2025년 3분기 기준 0.41배로 여전히 1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시장에서는 저평가 상태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에셋생명이 상장사로 남아 있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폐지를 통해 그룹 내부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의 자본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는 박현주 회장에서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을 거쳐 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향후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조정이나 자본 재배치 등 추가적인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생명 측은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의결권 산정 시 자기주식은 제외하고 계산하기 때문에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계열사의 의결권 비중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에 따른 자본 감소 안건을 주요 의안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다만 주주총회 이전에 ‘제3차 상법 개정안’이 공포·시행될 경우 신속한 소각을 위해 해당 안건을 주총에서 제외하고 이사회 결의로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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