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5월 5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경제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김나영 기자] 올해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다소 부진한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이 기간 금융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대형 금융사고로 홍역을 앓은 뒤 정 행장이 적극적인 영업활동보다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을 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지주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330억원으로 전년동기(7890억원)대비 19.9% 감소했다. 다만 직전분기(5150억원)대비 22.9% 증가했다.
올 1분기 이자이익은 1조918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8750억원)대비 2.3% 증가했으나 직전분기(1조9340억원)에 비해서는 0.8%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은 2520억원으로 전년동기(2640억원)대비 4.5% 감소했고, 직전분기(920억원)대비 173.9% 대폭 증가했다. 전분기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관력익이 주춤했으나 시장 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익이 재상승하면서 비이자이익 부문이 개선됐다고 우리은행 측은 설명했다.

올 1분기 우리은행 원화대출 잔액은 330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 증가했고, 직전분기 대비로는 1.0% 감소했다. 이 중 기업대출은 183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5% 늘었다. 우리은행은 보증서 대출 공급 등 수출기업 유동성 지원을 통해 우량 기업대출 중심의 자산 리밸런싱을 실시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144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44%로 직전분기(1.40%)대비 0.04%p(포인트) 상승한 반면 전년동기(1.50%)대비 0.06%p 떨어졌다.
올 1분기 판매관리비는 1조1270억원으로 전년동기(8760억원)대비 28.7% 증가해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직전분기에 반영돼야 할 명예퇴직 비용 1690억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우리은행은 설명했다.
올 1분기 우리은행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2%로 전년동기(0.21%)대비 0.11%p, 전년(0.23%)대비 0.09%p 증가했다. 연체율은 0.37%로 전년(0.30%)대비 0.07%p 상승해 건전성 지표가 다소 악화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를 겪고 올해는 리딩뱅크 경쟁에 뛰어들기 보다는 자본적정성 확보에 주력을 다하고 있다. 올 1분기 BIS비율은 16.21%로 전년동기(15.92%)대비 0.29%p, 직전분기(15.85%)대비 0.36%p 상승했다. 기본자본비율은 14.36%로 전년동기(14.04%)대비 0.32%p, 직전분기(13.91%)대비 0.45%p 증가했다.

CET1(보통주자본)비율 역시 13.49%로 전년동기(13.19%)대비 0.3%p, 직전분기(13.05%)대비 0.44%p 올랐다.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규제가 강화됐음에도 CET1비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정 행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사고의 여파 속 ‘신뢰 회복’의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올해 열린 취임식에서 정 행장은 가장 먼저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형식적이 아닌) ‘진짜 내부통제’가 돼야만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며 “직원들이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시간과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혁신’에 집중하겠다던 정 행장은 취임 이후 연이어 파격적인 인사행보와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그는 취임사에서 “직원들이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춰 고객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젊고 역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본부조직을 20개 그룹에서 17개 그룹으로 축소했고, 부행장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 또한 기존 부행장 11명이 물러났고, 승진한 부행장들의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
또한 이달 들어 성과 중심 조직문화 정착시키기 위해 직원 인사카드에서 학력, 병역, 출신 지역 등 업무능력과 연관성이 낮은 인사 정보를 과감히 삭제했다.
아울러 올해 초부터 직원들의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별로 연수 및 자격증 목표를 설정하는 ‘자기개발 챌린지’를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에게는 인사상 특별우대를 부여한다. 이러한 조치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성과 중심 인사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정 행장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스마트 시재관리기도 도입했다. 통상 은행 창구 직원은 서랍 속에 개인 시재함을 두고 일정 규모 이하의 현금을 직접 관리 보관해왔다. 이에 횡령이나 분실, 부주의에 따른 금융사고 우려가 늘 함께 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 시재 관리기를 통해 창구 직원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수시로 찾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해 금융사고 가능성을 차단했다.
또한 금융사고 패턴을 이용해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FDS(이상징후 검사시스템)'을 도입했다. 행동 패턴 시나리오에 따라 이상거래가 발생하면 검사 시스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탐지된다. 이는 담당 검사역에게 알림과 자료를 보내 즉시 검사에 착수할 수 있다.
정 행장은 1968년생으로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이후 역대 행장 중 최연소다. 그는 포항제철고,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도에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우리은행과 연이 이어졌다. 이후 종로3가 지점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업계에서 정 행장은 ‘기업금융 전문가’이자 특히 중소기업 영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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