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4월 15일 16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국내 최초 디지털 전업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가며 디지털 손보사의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혁신적인 보험 상품으로 주목받았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흡수합병 등 처리방안을 고심 중이다.
15일 캐롯손보 경영공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2019년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출범 첫 해 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적자 폭은 계속 확대됐고, 2022년에는 795억원의 최대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62억원으로 적자 폭을 다소 줄였지만 여전히 손실 규모는 크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한화손보는 자금 지원 부담을 이유로 캐롯손보의 흡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캐롯손보의 지분 5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2023년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캐롯손보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개선을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의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화손보의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지난해 211.9%로 전년(232.7%) 보다 20.8p(포인트) 감소했다.
캐롯손보는 한화손보,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벤처스가 합작해 설립한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다. 특히 자동차보험에 ‘퍼마일(PER MILE)’ 개념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운전자가 실제 주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설계사를 거치지 않는 디지털 방식의 보험 상품이다. 판매 수수료가 없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으로 기존 보험 시장에서 보기 드문 혁신으로 평가받았다. 이 외에도 캐롯손보는 SK텔레콤과 협업해 해외여행보험, 펫보험 등 신상품을 선보이며 디지털 보험사의 혁신 모델을 확장해왔다.
다만, 높은 손해율과 수익 구조의 취약성이 실적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4371억원을 기록했지만 손해율은 무려 97.4%에 달했다. 이에 따른 보험손익은 727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보험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들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 83.3%, 비대면사(악사손보·하나손보·캐롯손보)의 평균 손해율 83.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손해보험업계는 손익분기점이 손해율 80~82% 수준이라는 점에서 캐롯손보의 수익 구조는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업이익률도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다. 지난해 캐롯손보의 영업이익률은 -10.44%로 전년(-14.72%) 대비 다소 개선됐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신계약률은 498.06%로 전년(182.49%) 대비 크게 상승하며 외형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만큼 책임준비금 부담도 커져 자본 건전성은 악화됐다.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은 156.24%로 전년(281.26%)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캐롯손보는 보험 포트폴리오의 편중 문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기준 캐롯손보의 일반손해보험 계약 중 자동차보험이 91.3%를 차지해, 특정 상품군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 부문의 높은 손해율이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캐롯손보 관계자는 "자산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현재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 인수합병"라며 "장기보험을 취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3년 만기 일반보험 상품 중에서도 여행자보험과 운전자보험을 출시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가 선보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휴대폰 요금처럼 실제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혁신적인 상품이었는데 수익성 한계로 이러한 상품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한화손보가 캐롯손보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흡수해낸다면, 향후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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