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기자단의 질문에도 이 회장은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검찰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신중을 기한 것으로 풀이 중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을 주축으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정거래, 시세조정, 회계 부정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일부 인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이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합리적 이유 없이 단독 지배에서 공동 지배로 변경한 것에 대해 일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이 회장 등에 대해 회계부정 혐의를 추가로 지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무죄 선고에도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재판이 시작된 지 약 1시간 만인 오후 3시 11분께 법원 청사로 나온 이 회장은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침묵한 채 정면을 응시할 뿐이었다. "무죄 선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의사가 있느냐", "향후 해외 출장 등 경영 계획은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도 이 회장은 아무런 대답 없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배경으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꼽고 있다. 이 회장이 이번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 부담을 크게 덜어냈지만 안심할 수 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검찰이 항소심 재판 준비를 위해 2300여건의 증거를 추가로 제출했던 만큼 대법원 판결까지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1심과 2심 판결과 반대되는 결과를 이끌기 위해 검찰도 사건을 장기화할 것으로 재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사업리스크를 빠르게 해소하고자 하는 삼성전자와 이 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추후 계획을 수립해 놓았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아직 항소심 판결에 대한 선고이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 측 변호인단의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 판결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사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고 이번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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