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SK하이닉스도 세계 AI 반도체 업계를 강타한 중국 딥시크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딥시크 여파로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까닭이다. 이에 더 많은 AI 칩이 더 나은 성능을 보장한다는 'AI 규모의 법칙'에 반기를 든 딥시크의 등장이 SK하이닉스에 잠재적 위험이 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딥시크가 지난달 20일 선보인 AI 추론 모델 '딥시크 R1'은 고사양 AI 칩을 사용하지 않고도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구현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고성능 반도체 칩 개수가 AI 성능을 좌우한다'는 업계의 통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딥시크의 혁신이 기존 AI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출현은 더 많은 투자가 더 높은 경쟁력이라는 기존 AI의 대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빅테크들의 대규모 CAPEX와 관련된 AI 테마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며 "그동안 대규모 투자에 의존했던 AI 개발 방법의 전환점이 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도 딥시크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저비용으로 고성능 효율을 자랑하는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위협을 받으면서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경우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HBM 사업에서 전체 D램의 40%에 해당하는 5조85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울러 HBM의 대부분은 엔비디아에 공급됐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고성장은 끊임없이 신규 고성능 GPU를 출시하고 이를 AI 개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구매해왔음에 따른 것"이라며 "구형 저성능 GPU로 구현된 딥시크의 성공이 엔비디아의 성장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추세가 일반화될 경우 GPU 내 D램 채용량이 정체 또는 감소해 향후 HBM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동반 성장해온 D램 업체들에게도 당분간은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딥시크 충격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고부가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저비용 고효율 모델인 딥시크의 대두는 AI 시장 수요를 더욱 촉진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해당 모델의 훈련 및 추론을 위한 커스텀 HBM 등 최적화 메모리 수요 역시 점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연휴 기간 딥시크 파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AI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칩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같은 공급업자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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