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박세현 기자] 금융당국의 해외주식형 TR(토탈리턴) ETF(상장지수펀드) 금지령에 자산운용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운용사의 반응이 사뭇 달라 눈길을 끈다. 삼성자산운용은 다소 난감한 기색을 보인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히려 당국의 금지령을 반기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TR ETF가 금지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내용을 통해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으로, TR ETF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가 해외주식형 TR ETF의 분배 유보 범위를 조정해 이자·배당 소득을 매년 1회 이상 결산·분배하도록 조정하고, 오는 7월 1일부터 발생하는 이자·배당분부터 이를 적용키로 하면서 매년 배당소득세를 내게 됐다.
갑작스런 시행령 개정안 발표로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일자 삼성자산운용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해외주식형 TR ETF를 이달 24일부터 분배금 지급형으로 조기 전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의 해외주식형 ETF 2종인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은 상품명에서 'TR' 표기를 삭제하고 올해 4월말 기준으로 첫 분기 분배를 진행한다. 첫 분배금 지급은 오는 5월 7일이다. 이후 매해 1월, 4월, 7월, 10월 말일을 기준으로 분기 분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재부의 입법 예고안에 맞춰 기존 배당금 자동 재투자 방식의 해외 ETF 2종을 가장 일반적인 구조인 분기 단위 분배형 방식으로 전환한다"며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TR표기를 삭제하더라도 동일 유형 상품들 중에 가장 낮은 총보수 0.0099%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과 ETF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다소 조용한 분위기다. 기재부의 발표 이후 곧바로 해외주식형 TR ETF를 분배금 지급형으로 조기 전환하겠다고 나선 삼성운용과 달리 미래운용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신규 ETF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 본부장(상무)은 오히려 해외주식형 TR ETF 규제를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준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TR ETF는 법에서 예외 규정으로 논란이 많았는데 기재부에서 잘 정리했다"며 "TR ETF로 장기 전략을 세웠던 투자자가 다시 새 전략을 세우면 경쟁사들이 파이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본부장이 이같이 말한 이유는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의 해외주식형 TR ETF 순자산총액 차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외주식형 TR ETF 6종의 순자산은 약 6조원인데, 그중 5조원 이상을 삼성운용의 ETF 2종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운용은 해외주식형 TR ETF로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을 운영하고 있으며, 순자산 규모가 각각 3조6000억원,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미래에셋운용의 TIGER 미국S&P500TR(H)와 TIGER 미국나스닥100TR(H)의 순자산 규모는 각각 3517억원, 2263억원이다. 미래운용의 해외주식형 TR ETF 2종의 순자산은 약 5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렇듯 두 운용사의 해외주식형 TR ETF의 순자산은 약 10배 차이가 난다. 미래운용에서 '경쟁사들이 파이를 나눠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자산운용사별 ETF 순자산총액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일 기준 삼성운용과 미래운용의 전체 ETF 순자산총액은 각각 69조1856억원, 64조8822억원이다. 순자산총액의 차이는 약 5조원에 불과한 상황. 마침 삼성운용의 해외주식형 TR ETF 2종의 순자산 규모가 5조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가 금지되면서 ETF 시장 1·2위 간 격차가 더 좁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딜사이트경제TV에 "삼성운용은 지난해 총보수를 0.0099%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지만 투자자들이 부담하는 실부담비율은 0.2% 수준"이라며 "해외주식형 TR 상품의 장점이 사라지게 되면 투자자들이 높은 실부담비율을 감수하고 KODEX를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20일 KODEX 미국 S&P500(H)와 KODEX 미국 S&P500 TR ETF의 실부담비율은 각각 0.2395%, 0.234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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