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지난해 리딩금융 타이틀이 유력한 KB금융그룹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과 효율을 경영전략 전면에 내세운 변화를 시도했다. 이를 뒷받침할 젊은 인재, 외부인재도 과감히 발탁했다. 이중 일부는 향후 KB금융의 미래 전략을 책임질 인사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역량 강화에 집중한 KB금융
그간 금융지주사의 조직개편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조직 슬림화’ 였다. 경영 효율성을 담보하면서도 속도감있는 전략 이행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조직이 작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KB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그룹의 조직 슬림화를 꾀했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한 부서 신설·강화를 단행하며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우선 KB금융그룹은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소비자보호 조직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준법감시인 산하에 있던 본부급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소비자보호담당(C-level)으로 확대 재편했다.
또 지주 및 계열사 내부통제 조직의 역할을 재정비하고 부서명을 ‘준법추진부’로 일원화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긴밀하게 내부통제 효율화를 추구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각 지주 및 계열사별로 ‘준법지원부’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며 통일성에 아쉬움을 보인 바 있다.
또 미래 성장을 위해 조직 혁신을 위한 경쟁력 강화, 일부 부서 신설 등의 변화도 꾀했다.
일단 디지털플랫폼, AI, 데이터 전 영역의 콘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한 것이 눈에띤다. 이번에 신설된 디지털혁신부는 그룹 전체의 그룹 디지털의 포괄적 전략 수립과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을 지원한다.
그간 KB금융은 지주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위해 부사장 중심으로 관리돼 온 10개 핵심 사업 부문 가운데 디지털, IT등을 독립 부문으로 별도 관리해왔다. 다만,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지주와 계열사의 강점 극대화에 더해 포괄적인 시너지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KB금융의 전략이다.
특히 차별화된 AI 역량을 확보하고 생성형 AI를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위해 금융 AI센터를 △금융AI센터 1센터 △금융AI 2센터의 2개 센터로 확대했다.
이같은 변화를 통해 KB금융의 조직은 기조 ‘3부문 7담당 6본부 30부’ 체계에서 ‘3부문 8담당 4본부 31부’로 개편됐다. 전체 조직 개수는 46개로 동일하지만 담당과 본부는 각각 1개씩 늘어난 반면, 본부는 2개 감소하며 실질적인 업의 수행을 강화하는 효율성 담보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AI…인사 변화 ‘눈에 띄네’
이번 조직개편과 더불어 단행된 인사를 통해 새로운 인재들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지주사 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도 부행장 중심의 세대교체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KB금융의 인사쇄신을 통해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외부에서 영입한 2명의 AI전문가다. KB금융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무경험과 개발역량을 두루 갖춘 외부 전문가인 김병집 상무(금융AI 1센터장)와 이경종 상무(금융AI 2센터장)를 영입했다.
금융AI1센터장인 김병집 상무는 LG에서 AI선임연구원, 금융AI2센터장인 이경종 상무는 NC소프트 출신으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 모두 AI와 금융의 접목에 있어 생성형AI, 선행기술 개발 등 혁신 기술에 있어 전문성과 오랜 현장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외부인재 수혈이 이뤄진 부문이 AI 분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기존 KB금융의 AI부문을 총괄해온 ‘금융AI센터’의 수장은 오순영 전 센터장이었는데 오 전 센터장 또한 한컴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외부인재였다.
다소 보수적이면서 소위 ‘순혈주의’가 유독 강한 주요 금융지주사가 동일 부문에 외부 인재를 수장으로 꾸준히 영입하는 것도 다소 이례적이라는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들 못지 않게 주목받는 기존 인사는 바로 이재근 전(前) KB국민은행장이다. 이재근 전 행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사에 새롭게 신설된 ‘글로벌사업 담당 부문’의 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이 전 행장이 글로벌사업 부문장에 선임된 데는 그가 행장 재임 시절 꾸준히 정상화를 시도했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KB뱅크’ 리스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부코핀은행 인수 후, 지금까지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인 KB뱅크 정상화라는 미션을 이 부문장에게 부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존 부사장 직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부문장이 신설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상 양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사라진 ‘부회장직’이 부활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부문장에게도 이번 미션은 향후 차기 회장 도전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주사 뿐 아니라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 분 세대교체 바람 또한 눈길을 끈다. 이번 인사를 통해 KB국민은행의 경우 부행장 규모를 기존 24명에서 18명으로 25% 줄였다.
이 가운데 KB증권에서 은행 CIB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이동한 심재송 본부장, 충청지역영업그룹에서 기업고객그룹 부행장으로 승진한 송용훈 부행장 등 교체된 핵심 부서의 수장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경영진 인사는 책무구조도 본격 시행 및 고조되고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문성과 역량을 보유한 최적임자 선임에 방점을 뒀다”며 “은행의 경우, 영업현장 경험 그리고 7080세대의 젊은 인재 발탁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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