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 한다. 공교롭게도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변윤재 기자]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금융을, 삼남인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이 호텔·유통을 맡을 것으로 봤다. 이번 분할과 인사로 후계 경영 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화갤러리아, 2년 만에 독립
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한화솔루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갤러리아 부문(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 임시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임시 이사회에서 큐셀(태양광)·케미칼(기초소재)·인사이트(국내 태양광 개발사업 등)·첨단소재·갤러리아 5개 사업부문을 큐셀·케미칼·인사이트의 3개로 재편하고 첨단소재 부문은 물적분할, 갤러리아는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첨단소재는 지난해 이미 한화첨단소재로 분할된 상태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인적분할의 이유로 경영 효율화를 들었다.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영위하다 보니, 전문성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 효율화를 제고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갤러리아를 독립시켰다는 설명이다.
한화솔루션의 설명과 달리 재계에서는 3세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갤러리아가 홀로 설 준비가 끝난 만큼, 계열 분리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리라는 지적이다.
한화그룹은 갤러리아 합병부터 ‘독립’을 염두에 뒀다. 첨단소재·친환경 에너지가 주력인 한화솔루션이 2021년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한 건 재무구조 개선 때문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한화그룹이 친환경 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와중에 굳이 이종산업인 유통을 영위하는 갤러리아를 품을 이유는 없었다”며 “승계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계열 분리의 여건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갤러리아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급감한 상태였다. 2020년 매출 4527억원, 영업이익 28억원으로 역성장했다. 부채비율도 213%에 달했다. 합병 이후 갤러리아는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했다. 면세점 사업을 정리하고, 센텀시티·광교점을 매각해 재무 부담을 줄였다. 2021년 말 매출 5147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10배 뛰었다. 부채비율 또한 90%로 낮아짐에 따라 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상향됐다.
한화갤러리아가 오는 3월 1일 독립해 같은 달 31일 재상장을 마치면, 김동선 본부장의 경영 보폭도 넓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김 본부장의 경영자로서 자질 입증이다. 일단 한화그룹은 판을 깔아뒀다. 갤러리아 신사업 발굴과 추진을 담당했던 신사업전략실을 전략본부로 통합하면서 김 본부장에게 맡기는 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전략실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미래 먹거리 발굴을 수행하면서 경영자로서 선구안을 키우고 그룹 내 존재감을 부각시키라는 김 회장의 주문이 읽힌다.
한화갤러리아는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되,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콘텐츠 개발에 속도를 낸 예정이다. 그러자면 김 본부장이 이전보다는 더 대중적인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업 경험을 쌓았던 외식·식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김 본부장은 형들과 달리 승계 명분이 적다는 게 걸림돌”이라며 “성장세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김 본부장 본인의 이해도가 높은 식음료 사업을 통해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 본부장은 식음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3대 버거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 국내 1호 매장이 올 상반기 문을 연다. 하반기에는 스페인 이베리코를 활용한 상품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마친 뒤 한화가 운영하는 스페인 이베리코 농장을 찾았다.
㈜한화 아래 방산·금융·유통 수직계열화
역할이 확대되기는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게 됐다.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거치며 금융계열사가 그룹의 핵심 수익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특히 디지털 혁신에서 성과를 냈다. 손해보험업계 최초의 인터넷 전업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보험대리점 영업지원플랫폼인 오렌지트리, 설계봇 개발 등을 통해 영업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그 결과, 보험대리점(GA) 업계 1위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일조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한화생명의 글로벌 사업을 지휘하며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순항 중인 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의 관리체계를 고도화 해 신사업 진출을 추진할 공산이 높다. 이를 방증하듯 한화생명은 5부문 8본부의 편제를 3부문 13본부로 변경했다.
재계에서는 김 본부장과 김 사장의 전진 배치로 그룹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 끝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주력사업을 총괄하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본부장이 금융과 유통·호텔을 각각 나눠 가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미 ㈜한화는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시켰고,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했다. 인적분할로 방산·에너지와 금융, 유통 사업이 ㈜한화 자회사가 됐다. 오너가 삼형제가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들이 ㈜한화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게 된 셈이다.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 추가 지출이나 오너 지배력의 누수 없이 계열 분리를 추진할 수 있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지분 획득에도 유리한 구조이기도 하다. 방산·에너지, 금융, 유통으로부터 ㈜한화에 흘러들어오는 수익은 세 아들의 배당금이 되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김동관 50%·김동원 25%·김동선 25%)를 가진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2대 주주로 지분 9.7%를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의 세 아들들이 각자의 능력을 입증하는 것과 별개로 남은 작업은 유통·호텔사업 재편, 그리고 ㈜한화 지분 확보다. 증권가에서는 우선 한화솔루션이 가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49.57%을 ㈜한화에 넘겨 유통·호텔 계열을 분리하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 한화에너지를 통한 우회 전략이 탄력 받을 공산이 크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은 22.65%에 달한다. 경영권 이양을 위해선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본부장이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재무 부담이 너무 크다. 가장 지분이 많은 김 부회장이 4.44%에 불과하고, 김 사장과 김 본부장은 각각 1.67%만 쥐고 있다.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매입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한화와 합병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 한화에너지의 자회사인 한화임팩트를 상장시켜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주선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데일리임팩트에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 지분이 높지 않아 승계 지렛대가 될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한화임팩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론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해 세 아들이 주요주주로 올라선 뒤 지분 교환, 인적 분할 등을 통해 경영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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