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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결산-재계] ’도전’ 의지 꺾은 한파…1년 내내 고군분투
변윤재 기자
2022.12.29 22:24:32
국내외 변수 복합적으로 작용…정권교체기 투자 압박까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여파 속 지정학적 위험마저 증폭
자산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빚…기업 재무 건전성 빨간불
단기 투자 조정으론 미흡…일상 경영 비용까지 모두 삭감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어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기업은 생명체와 같다. 주력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내달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물론 순탄치 않다.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이나 각 국 정부의 정책, 기술 변화 같은 산업계 동향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은 세부 실행계획을 수시로 수정헤 나가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투한다.


[변윤재 기자] 임인년 올해는 특히 더 그랬다. 기업들에 닥친 불확실성의 파고는 높았다. 신종 코로나바아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와 금리, 환율이 모두 고공행진 했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기대했던 기업 환경도 개선되지 못했다. 수시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재편을 통해 효율화를 꾀할 정도였다. 그러나 성장은켜녕 생존을 고민해야 할 만큼 기업들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전‘ 의지 다졌지만 연초부터 덮친 악재


올 초 새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업들은 성장에 대한 의지가 충만했다.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들의 신년사는 도전과 변화를 독려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업들을 기다리는 현실은 냉혹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맞은 국내외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정권 교체기 국내에서는 노동 이사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지침 개정처럼 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들이 등장했다. 중간선거와 공산당 대회를 각각 앞둔 미국과 중국은 대립을 이어갔고, 유럽에서도 친환경 정책을 내세워 보호주의 기조가 짙어졌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치명타가 됐다. 공급망 문제로 철광석·구리·리튬을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이 계속 요동쳤고, 주요 에너지원인 원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기업을 향한 투자 압박도 거셌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 주도 경제를 강조하면서 기업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고용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역할해달라는 것이다. 삼성이 45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SK 247조원, LG 106조원, 현대차그룹 63조원, 포스코 53조원, 한화 37조6000억원, 롯데 37조원, GS 21조원, 신세계 20조원 등 재계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들이 공언한 국내 투자액만 1000조원 이상, 올해 우리나라 예산(607조원)보다 400조원 이상 많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2057조4478억원)의 절반을 넘겼다. 5년 간 예정된 채용 인원 또한 34만명을 웃돌았다. 스타트업, 협력사 등 관련업계 지원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를 고려하면 사실상 수백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셈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 가능한 기준금리 임계치. 자료, 전경련.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 감당 가능한 기준금리 임계치. 자료, 전경련.

수출 부진에 기업들 실적 뒷걸음질


하반기 들어서 경영 여건은 더 나빠졌다. 물가·환율·금리가 고공행진한 가운데 지정학적 변수가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까닭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킨 데 이어 칩4 참여를 압박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 강화했다. 경쟁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첨단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우선주의 정책 또한 뚜렷해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핵심원자재법이 등장했다.


각종 변수에 노출되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89억7000만달러로 나타났다. 1964년 무역통계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2000만달러)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4월 -25억달러를 시작으로 5월 -17억달러, 6월 -26억달러, 7월 -48억달러, 8월 -95억달러, 9월 -38억달러, -10월 67억달러, 11월 -70억달러 등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부진한 결과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보다 24.3% 줄었다. 경기에 민감한 품목인 데다, 미중 갈등 같은 국제적 역학관계에 더 많이 노출돼서다. 이에 9월 -4.9%, 10월 -16.4%, 11월 -28.6%로 반도체 수출액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장악한 D램은 역성장 중이다.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71억33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34.2%나 줄었다. SK하이닉스 D램 매출 역시 52억4600만달러를 기록, 2분기 대비 25.3% 감소했다.


수출 비중이 큰 만큼, 기업들의 수익성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올 3분기까지 1612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영업이익 증감율 역시 1년 만에 53.5%에서 -7.2%로 내려앉았다. 실적을 견인했던 대기업 영업이익이 12.5% 감소한 결과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13.1%, 4.0%씩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둔화됐다. 전년 동기 중견기업 39.7%, 중소기업 19.8%씩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에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은 3분기 누적 기준 6.1%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경영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주요 기업들이 경영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기초 체력 하락에 힌계 상황 직면


수익성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3%를 넘기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증폭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업들의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10.6배에서 8.0배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부채비율은 74.2%, 차입금의존도는 18.9%였다. 1년 사이 외부 차입이 증가하면서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증가했다. 자기자본비율은 전년 대비2.3%포인트 떨어진 55.1%로 나타나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됐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면서 “특히 기업들의 총자산이 전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기초체력이 약해진 기업들은 현재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핵심 경영진이 참석하는 전략회의가 매분기 진행되고, 매달 전사 차원에서 경영 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이 이뤄졌지만 재무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월 단위로 경영 계획을 조정했지만 변수에 대응하는 게 최선이었다”면서 ”모든 비용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줄이지 않으면 운영자금을 대는 것도 벅찰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기업의 활력을 끌어올릴 지원책도 요원하다. 법인세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율을 1%포인트만 내리기로 했다. 최고 세율은 2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21.2%)보다 여전히 높다.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고, 경기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법인세율이 3.3%포인트 인하되면 총 투자는 49조537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긴축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축소하고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했다. 단기 투자계획을 조정하는 건 기본, 상시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기업들도 나타났다. 삼성전자 DX부문은 모든 지출을 최대한 줄이기로 방침을 세웠다. 해외출장은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소모품도 재활용한다. 골프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한편, 사무실 난방온도를 기존보다 1℃ 낮췄다. 이를 통해 50% 이상 비용을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투자가 선순환되도록 정책 지원이 돼야 하는데 불가능해졌다”며 ”위기에 대응한 수단이 없어진 기업들이 투자, 고용에 매우 보수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 구조조정이나 인원 감축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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