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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가 수놓은 여름밤…13000마리 ‘빛의 향연’
박수현 기자
2026.08.09 08:30:22
28년 자체 번식 기술로 국내 최대 반딧불이 축제 운영
백호부터 불곰까지…나이트 사파리도 인기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 현장 (제공=삼성물산)

[딜사이트경제TV 박수현 기자]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보면서 소원을 빌어보세요"


직원의 안내가 끝나고 실내 조명이 꺼지자 캄캄한 숲 곳곳에서 노란 불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위에서는 반딧불이가 유유히 날았고, 발밑 풀숲에서는 수천 개의 불빛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여름 밤의 풍경이었다.


지난 6일 찾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 현장이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24일부터 청정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유료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전환해 에버랜드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현장 대기를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체험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교육장에서 반딧불이의 생애와 발광 원리 등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물속에서 다슬기를 먹으며 성장한 뒤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과정은 실물 표본과 함께 설명됐다. 교육장은 캠핑 의자와 모닥불로 꾸며져 있어, 마지 한여름 밤 숲속 캠핑장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상이 끝나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체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에는 풀숲 사이로 반딧불이 몇 마리만 희미하게 보였다. 하지만 실내 조명이 완전히 꺼지고 눈이 어둠에 적응하자 숲은 순식간에 형광빛으로 물들었다. 머리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와 곳곳을 수놓은 불빛은 한여름 밤의 숲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반딧불이는 모두 13000마리로 에버랜드 사육사들이 직접 번식·사육했다.


에버랜드는 1998년 반딧불이 인공 번식에 성공한 이후 28년간 자체 사육 기술을 축적해왔다. 애벌레의 동면 기간을 조절하는 저온 저장 기술부터 휴면 조절, 먹이인 다슬기 치패 번식 기술까지 확보해 축제 시기에 맞춰 건강한 반딧불이를 선보이고 있다.


김진목 에버랜드 주키퍼는 "반딧불이는 매년 같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번식이 잘되는 곤충이 아니다"라며 "매우 예민한 생물인 만큼 해마다 새로운 사육 방식을 연구하고 적용하면서 번식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자연 보전의 의미를 함께 전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로스트밸리에서 마주한 기린 (사진=박수현 기자)

반딧불이 체험을 마친 뒤에는 탐험차량에 올라 로스트밸리로 향했다. 차량이 천천히 방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단봉낙타와 바바리양, 코끼리, 기린, 얼룩말, 코뿔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린 한 마리는 차량 바로 앞까지 성큼 다가오더니 긴 목을 숙여 얼굴을 내밀었다. 이어 길이 45㎝에 달하는 혀를 길게 뻗어 먹이를 받아먹었다. 조금 더 안쪽에서는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커다란 귀를 연신 펄럭이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동물들이 차량 가까이로 다가올 때마다 차량 안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고,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용인의 낮 최고기온은 37도까지 치솟았지만, 관람객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느라 무더위도 잠시 잊은 모습이었다.


아기사자 '라온'이 (사진=박수현 기자)

이어 뿌빠타운에서는 지난 6월 5일 태어난 아기 사자 '라온’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인형 장난감을 입에 문 라온이는 연신 뛰어다니다가도 바닥에 벌러덩 누워 앞발로 장난감을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쳤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관람객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정말 귀엽다"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라온이는 출생 직후 어미가 새끼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주키퍼들의 손에서 인공포육으로 자랐다. 지난 5일부터는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현재 몸무게 5.5㎏을 넘어서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나이트 사파리에서 마주한 사자 (제공=삼성물산)

해가 완전히 진 뒤에는 '썸머 나이트 사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탐험차량이 어둠에 잠긴 사파리월드로 들어서자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한낮에는 그늘에 누워 잠을 자던 사자들은 해가 지자 하나둘 일어나 방사장을 천천히 순찰하듯 걸었다. 한국호랑이와 백호도 낮보다 한층 활발한 움직임으로 방사장을 오가며 주변을 서성였다. 창밖으로 맹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차량 안에서는 숨죽인 탄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베어밸리에서는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플라스틱 공 안에 숨겨진 건빵을 꺼내 먹으려 앞발로 공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곁에 있던 다른 곰은 바닥으로 떨어진 건빵을 하나씩 주워 먹으며 유유히 뒤를 따라다녔다. 예상치 못한 모습에 관람객들은 "머리 좋다", "정말 사람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트 사파리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불곰 (사진=박수현 기자)

조금 더 안쪽에서는 몸무게 300~400㎏에 달하는 유라시아 불곰들이 물속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체온이 38도 안팎에 이르는 불곰은 여름철 체온을 낮추기 위해 물에 몸을 담그거나 헤엄치는 시간이 길다. 거대한 몸집의 불곰들이 이따금 물속에 몸을 완전히 담구며 반신욕을 즐겼다. 한여름 밤 사파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폭염 속에서도 동물들이 활발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에버랜드의 세심한 여름철 관리 덕분이다. 방사장 곳곳에는 동물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쉘터와 그늘막이 설치됐고, 물과 미스트를 이용해 주변 온도와 습도도 낮췄다. 개체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맞춰 영양제와 특식도 제공한다. 맹수들에게는 얼음과 함께 먹이를 제공하거나 이온·비타민 제제를 공급해 체력 관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극한의 폭염이 이어지는 만큼 동물들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가장 적합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수의사와 주키퍼들이 함께 영양제와 특식 등을 제공하면서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에버랜드는 반딧불이 축제와 나이트 사파리 모두 무료로 운영하며 야간 생태 콘텐츠를 강화했다. 반딧불이 축제는 지난달 24일 개막 이후 보름 만에 누적 방문객 3만명을 넘어섰고, 나이트 사파리도 운영 50일 만에 12만명이 찾았다.


이밖에도 에버랜드는 '워터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한 여름밤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카니발 광장에서는 K팝과 EDM 음악에 시원한 물줄기가 어우러진 '밤밤 썸머 나이트'가 펼쳐지고, 멀티미디어 불꽃쇼와 문라이트 퍼레이드도 여름밤 볼거리로 마련됐다.


회사는 광복절 연휴인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운영 시간을 밤 11시로 늘려 야간 개장을 확대 운영한다. 또 오후 6시부터 입장할 수 있는 야간권을 특별가에 판매하고, 캐리비안 베이 이용객에게는 당일 에버랜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투파크(2Park)'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올여름 반딧불이 축제와 나이트 사파리를 통해 자연이 만든 신비로운 불빛을 경험하고, 와일드한 맹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야생의 역동성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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