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인규 기자] 경상북도 교육감 선거가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A후보 측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선거 홍보물의 표현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수장을 뽑는 선거가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선동만 난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홍보물은 “12년은 너무 깁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아니, 이미 썩었습니다”라는 강한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SNS상에서 전파되고 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미국 대통령, 한국 대통령,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를 나열한 뒤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이 걸립니다. 그 긴 기간, 내 아이의 교육을 단 한 명의 교육감에게 맡기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마지막에는 “경북 교육, 이제 바꿔야 합니다”라는 구호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홍보물은 교육감 선거에서 요구되는 정책 검증이라기보다, 상대 후보의 재임 기간 자체를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데 초점을 맞춘 부정적 메시지에 가깝다.
교육감 선거는 '경북의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을 것인가', '작은 학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AI 시대 교육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등의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해당 홍보물은 정책의 구체적 대안보다 ‘오래 했으니 안 된다’는 인상만을 반복적으로 주입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비교 방식의 부적절성이다. 대통령 임기, 대법원장 임기, 헌법재판소장 임기와 교육감 선거의 재임 가능성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제도적 성격을 무시한 주장이다.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최고 행정권자이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사법부와 헌법기관의 수장이다. 교육감은 주민 직선으로 선출되는 지방 교육자치의 책임자다.
각각의 권한, 견제 구조, 임기 설계, 선출 방식이 다르다. 이를 한 줄에 놓고 “대통령도 5년, 대법원장도 6년인데 교육감 12년은 길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치적 인상 조작에 가깝다.
더구나 교육감의 재임 여부는 법이 정한 선거 절차와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임기를 마친 뒤 다시 도전하는 것이 제도상 허용되어 있다면, 판단은 유권자가 한다. “오래 했다”는 사실만으로 무능이나 부패를 암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재임 기간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그 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앞으로 무엇을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특히 “고인 물은 썩습니다. 아니, 이미 썩었습니다”는 문구는 '자가당착'에 빠진 표현이다. 이는 상대 후보 개인과 그동안의 경북교육 행정 전체를 싸잡아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문장이다.
선거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있다.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학교 현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교육감 후보라면 “바꾸자”라는 구호보다 “무엇을, 어떻게, 책임 있게 바꾸겠다”라는 설명이 먼저여야 한다.
또한 해당 홍보물은 아이들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정책의 내용은 충분히 담고 있지 않다. “내 아이의 교육을 단 한 명의 교육감에게 맡기겠습니까”라는 질문은 학부모의 불안을 자극하는 네거티브다.
더 나아가 이 홍보물은 교육감 선거를 ‘정책 경쟁’이 아니라 ‘반대 정서 동원’의 장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오래 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준비되어 있느냐이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 없이 “12년은 길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구호다. “이미 썩었다”는 표현은 검증이 아니라 고의적인 낙인 프레임에 가깝다.
교육감 선거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다. 경북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당당하게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재임 기간을 문제 삼고 싶다면 그 기간의 구체적 정책 결과를 따져야 한다. 성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면 수치와 근거로 반박해야 한다.
교육을 맡겠다는 사람은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언어를 써야 한다. 선거에서 쓰는 말이 곧 후보의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경북교육감 선거는 자극적인 네거티브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지역사회가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한 도민은 “'12년은 너무 길다'는 표현 만으로 경북교육의 미래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경북교육을 바꾸겠다면, 이에 걸맞는 정책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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