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주혜지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나더라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쉽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이 전쟁발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등 다른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기대 인플레이션보다는 실질금리 상승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수치로, 투자자들이 실제로 얻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통상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국채금리를 끌어올린다. 반대로 전쟁이 종료되고 유가가 안정되면 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가 안정에도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미국 10년물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2022년 상반기보다 약 50bp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인 5년물·5년 선행(5y5y) BEI 역시 약 2.2% 수준으로 지난해 말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시장이 단순한 물가 상승보다 미국 경제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AI 투자 열풍에 따른 자금 수요 급증 등이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너선 힐 바클레이즈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책임자는 “장기채 매도세를 단순한 인플레이션 우려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며 “정부 부채 증가와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 AI 투자 확대가 실질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기준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연준의 장기 정책금리가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미국 경제가 더 높은 금리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조너선 힐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5%가 더 이상 저평가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AI 투자 열풍 역시 변수로 지목된다. AI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수요 급증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기술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증가 등을 통해 오히려 시장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드릭 가비 ING의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더라도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국 국채금리는 시장 예상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구조적 재정 부담도 장기금리 상방 압력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 추진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될 경우 국채 발행량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정부의 공격적인 차입 확대와 시장의 국채 소화 부담으로 장기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장 기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57%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일주일 전 30%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연준 내부에서도 매파적 기류가 감지된다.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며 “필요하다면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거나 추가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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