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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노조 리스크 유탄
이태웅 기자
2026.05.20 07:00:23
금융계열사와 지분 해소 자금으로 166조원 필요…성과급 확대 요구에 배당 수익 위축
이 기사는 2026년 5월 14일 10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이태웅 기자]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12조원 상당의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재계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다. 만약 해당 시나리오가 계획대로 이행되면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물산의 곳간 사정이다. 삼성생명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데 100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재원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확대 요구로 배당 수익까지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노조발 불똥이 튀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언급되고 있는 이유는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가 금산분리 해소 과제를 안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삼성전자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산분리 이슈가 아니더라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19대 국회부터 현재 22대 국회까지 연이어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는 대주주 및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때 총자산은 시가를 기준으로 지분가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로 통일하는 게 개정법안의 골자다.


해당 개정안이 현실화 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사실상 전량 정리해야 한다. 실제 13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4억9766만185주(지분율 8.51%)의 지분가치는 141조335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작년 말 별도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총계의 3%인 9조2984억원을 대입하면 이 회사는 차액인 132조370억원 상당의 4억6491만9168주(7.95%)를 매각해야 한다. 아울러 삼성화재 역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8696만7675주(1.49%) 중 7705만8269주(1.32%)를 정리하게 된다. 중장기적 규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삼성화재와 삼성전자 사이 지분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현실성 낮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작년 말 기준 5조4561억원에 불과해서다.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10%의 시장가치는 166조343억원에 이른다. 유예기간(최대 7년)을 활용해 삼성물산이 금융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분할 매입하더라도 매년 23조7192억원에 달해 감당하기엔 벅찰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당시 삼성물산은 바이오 계열사 지분을 유동화 하지 않겠다고 한국거래소에 확약서를 제출했고, 올 들어서는 자사주 780만8963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100조원을 상회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떠오기 쉽잖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노조가 지배구조 개편에 예기치 못한 유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성과급 확대 요구가 주주환원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의 50% 재원으로 활용해 정기배당 및 특별배당, 자사주 매입 등을 추진 중이다. 이를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에서 추정 중인 삼성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287조9566억원)에 이 회사가 예고한 110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대입하면 잉여현금흐름은 177조9566억원으로 계상된다. 컨센서스가 부합하면 연간 주주환원 규모는 88조9783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지분 5.11%를 보유한 삼성물산 입장에서 보면 직간접적으로 4조5468억원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이는 삼성물산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 3조6847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현금 곳간을 채워야하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전자로부터 인식하는 배당수익이 기댈 곳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상한선 없이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삼성전자 노조 측 주장이 변수다. 해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적잖은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 보면 성과급 확대가 배당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지배구조 재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에 이어 12일 정부 중재로 사후조정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경우 특별 보너스 등을 통해 경쟁사 대비 높은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사측과의 추가적인 대화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지난 12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후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진행했는데 회사 안건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더는 조정에 대한 입장이 없다"며 "추가적인 회사와 대화는 파업 종료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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