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19일 13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CJ프레시웨이가 최근 B2B 식자재 유통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보로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복수의 재무적투자자(FI)에게 우선주를 발행하며 수익 보전을 약속했지만, 지속된 적자로 이행할 여력을 잃자 FI들이 CJ프레시웨이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에 마켓보로의 기업공개(IPO) 역시 물 건너 갔다는 반응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마켓보로 최대주주인 앵커PE가 주주간계약(SHA) 등에 근거해 CJ프레시웨이에 먼저 지분 매수를 요구했다"며 "지난해 CJ프레시웨이가 지분 정리를 위해 외부 원매자를 태핑하기도 했으나, 시장 여건과 회사 실적 등을 고려해 실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J프레시웨이도 추가 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플랫폼 역량을 직접 확보해 운영하는 편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마켓보로의 경우 다수의 투자로 발행된 전환상환우선주(RCPS) 등 종류주 조건상 상장 여부가 변수였는데, 이번 거래로 FI 입장에선 조기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마켓보로는 2018년말 벤처캐피털(VC) 등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그 결과 ▲2019년 전환우선주(CPS) 556주와 전환상환우선주(RCPS) 424주 ▲2020년 제2종 RCPS 1222주, 2022년 제3종 RCPS 1507주를 발행했다. 이중 제2종 RCPS는 앵커PE가 SPC(특수목적법인)인 데일리푸드홀딩스를 통해 취득했으며, 상환권 행사가 가능한 시점이었던 2022년 CJ프레시웨이를 SI(전략적투자자)로 유치했다. 이에 CJ프레시웨이는 2022년 마켓보로 구주(보통주) 150주와 신주(제3종 RCPS) 1507주를 403억원 확보하며 2대 주주(27.48%)로 올라섰다. 이후 CJ프레시웨이는 지난 5일 추가 지분인수계약(SPA)을 체결하며 마켓보로의 최대주주(55%)로 등극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CJ프레시웨이가 두 차례 모두 동일한 금액(403억원)을 들여 동일한 주식수(1657주)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오는 3월 9일 취득 예정인 물량은 전량 구주(보통주 199주, CPS 56주, RCPS 1402주)로, 기업가치 변동에 따른 가격 조정 없이 4년 전 단가 그대로 FI들의 물량을 받아줬다. 이에 시장에서는 마켓보로가 FI들에게 물어줘야 할 원금과 복리이자 부담을 CJ프레시웨이가 대신 해결해 준 엑시트 지원형 거래로 분석 중이다. CJ프레시웨이가 마켓보로 지분 투자 당시 데이터 공동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금껏 협업 사례는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마켓보로의 종류주식에는 ▲액면가액 기준 연 1%의 비누적적 우선배당 ▲연복리 6%의 상환권 ▲상환 지연 시 15%의 지연배상금 ▲IPO 공모가가 전환가액 하회 시 70% 수준까지 낮춰주는 리픽싱 등 다양한 옵션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다. 상법상 주식의 상환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마켓보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탓에 결손금이 444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2024년 8월, 상환청구권을 보유하게 된 CJ프레시웨이 입장에서는 직접 매입을 통해 FI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 선택지로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마켓보로가 2027년을 목표로 추진해 왔던 IPO도 포기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앵커PE 등 주요 FI들이 이번 구주 매각으로 엑시트를 마친 상황에서 굳이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밟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마켓보로가 CJ프레시웨이의 자회사로 편입됨에 따라 중복상장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는 부분도 부담스러울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순자산 62억원(2024년 기준)짜리 마켓보로의 기업가치를 1465억원으로 평가해 거래를 마쳤다는 점에서 향후 CJ프레시웨이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마켓보로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경우 CJ프레시웨이가 인식한 영업권에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실제 CJ프레시웨이가 인식한 마켓보로 공정가치 806억원에서 이 회사 순자산 장부가액인 34억원을 제외하면 영업권 및 무형자산이 772억원에 달해서다.
하지만 CJ프레시웨이 측은 보통주 지분율이 높지 않아 과도한 영업권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최종 확보하는 보통주가 349주로 전체의 15% 수준에 머문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RCPS 등 종류주를 제외한 보통주 지분율이 낮아 높은 수준의 영업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인수로 발생한 영업권은 매분기 손상평가를 진행해야 하는데, 당사 전략에 따라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므로 영업권 손상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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