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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오지급 사고…갈라파고스 규제가 문제
임성윤 기자
2026.02.10 13:00:22
내수형 구조로 기술교류 단절돼 글로벌 대비 산업경쟁력 뒤처져
이 기사는 2026년 2월 10일 10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로 생성된 이미지=딜사이트경제TV)

[딜사이트경제TV 임성윤 기자] 빗썸의 대규모 오지급 사고에 대해 시장에서는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갈라파고스화로 인한 부작용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외거래소와 달리 국내는 폐쇄적 규제 때문에 내수에만 국한돼 있다 보니 기술 교류가 어렵고, 내부통제와 기술 고도화에 들어가야 할 투자 재원의 상당 부분이 행정요건 충족에 투입돼 글로벌 대비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빗썸은 지난 6일 이벤트 보상으로 비트코인 62만개를 오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이후 해당 디지털자산을 지급 받은 일부 이용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1개당 97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빗썸에서만 8111만원으로 하락했다. 그나마 다행은 빗썸이 사고를 20여분 만에 파악하고, 모든 거래와 출금을 전면 차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마케팅 전산 담당직원이 리워드 지급금 단위를 원(KRW)이 아닌 BTC로 오입력 하면서 발생했다. 통상 출금이나 대규모 자산 이동에는 다중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에는 마케팅 이벤트 보상이었기에 별도의 채널을 사용, 비정상거래를 차단하는 임계값 설정(Threshold)이 탑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빗썸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수량보다 14.5배나 많은 62만개를 전산상에서 지급했다는 점을 들어 '유령 코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령 코인이 아닌 구조적, 제도적 한계로 전산거래 방식을 채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정금융정보법상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해킹·탈취로부터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고객 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에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로 인해 거래소들은 우선적으로 디지털자산을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하고, 추후 지갑에서 출금해 자산 수량을 맞추는 전산거래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코인베이스(CoinBase), 바이낸스(bainance) 등 글로벌 거래소는 전산 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내부통제 기술 개발이 더딘 형국이다. 2017년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이후 금융당국이 거래소를 대상으로 행정 요건(ISMS, AML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서다. 그 결과 글로벌 거래소는 기관투자자 유입, 거래소 간 오더북 공유, 기술 교류 등을 통해 내부통제 프로세스가 상향 평준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는 행정 요건을 맞추기에 급급한 상태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그간 거래 기록과 정합성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빠른 대응과 보상안 수립이 가능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전산거래 방식으로 거래를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전산 구조의 허점을 줄이기 위해 다자간 연산(MPC) 지갑, 영지식 기반 자산 증명(zk-PoR) 등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휴먼에러나 시스템 오류를 차단할 수 있는 암호학적 검증도구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폐쇄적인 규제에 따른 생태계 갈라파고스화도 문제"라며 "국내에서는 법인계좌 허용이 제한적이고, 원화 거래를 위해서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이 사실상 필수여서 글로벌 고객 유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제정돼 제도권에서 해외와의 교류가 가능해져야 거래소 간 대응 역량도 평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유사 사고가 반복될 경우 국내 이용자의 엑소더스(해외 유출)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 비즈니스 특성상 고객 신뢰와 사용성이 핵심인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더 안정적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거래소로 이동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A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이 하루 거래대금만 3200조원에 달할 만큼 시장이 커졌는데 국내 거래소는 아직도 제도 논의가 본격화되던 2017년 수준에서 크게 진보하지 못했다"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는 단순한 기술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제약이 누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험하니 막자는 접근에서 벗어나 책임을 전제로 명확한 룰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한국은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초기 기업들이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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