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4일 17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설희 기자] 부동산 PF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된 부동산 신탁사들이 책임준공 소송 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현금 고갈 위기에 직면했다. 지주사의 대규모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송 리스크와 배임 논란이 부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벼랑 끝에 선 신한자산신탁의 재무 현주소와 신탁업계에 닥친 '책준 포비아'의 실태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신한자산신탁이 잇따른 책임준공 소송 패소 여파로 유동성 압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수천억원 규모의 자본 수혈로 방어에 나섰지만, 이번 판결이 준공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다수의 책임준공형 사업장에도 손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확산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의 건전성 지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탁계정대 잔액은 1조86억원으로 2024년 말 대비 3135억원 증가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고유계정 자금을 투입한 대출 성격의 자금으로, 사업장 부실 시 채무로 전환될 수 있는 우발채무 성격을 지닌다.
부실 자산 비중도 급격히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말 75.15%에서 지난해 3분기 말 80.47%로 상승했다. 소송충당부채는 같은 기간 0원에서 900억원으로 늘었고, 대손충당금도 3316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4%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채권 상당수가 이미 회수 가능성을 상실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지표 악화는 평택·안성·인천 물류센터 관련 책임준공 소송에서 3연속 패소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사업들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구조였으며, 법원 판단이 신탁사의 배상 책임 범위를 크게 확대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번호 2024가합69485)은 지난해 8월 판결에서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신탁사가 단순 지연손해금이 아니라 대주단 대출 원리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책임준공 지연과 관련해 신탁사에 광범위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례로 평가되며, 현재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개별 사업장이 아니라 유사 구조를 가진 다수 현장의 리스크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공사 지연 사유와 무관하게 배상 책임이 확대될 경우 신탁사의 재무 부담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신탁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브릿지론 단계와 얽혀있기 때문에 자금 회수가 신탁사뿐 아니라 시행사, 시공사 현장 하청업체까지 연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사업성이 떨어진 매머드급 악성 현장은 부실채권(NPL) 시장으로 넘어가 헐값에 매각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한자산신탁은 2024년 말 이후 유상증자 1000억원, 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기타 차입금 1000억원 등 총 5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 이상 감소한 상태다.
지난 1월 29일 공시된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역시 이러한 유동성 부담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해당 채권에는 이자 지급 유예 옵션과 5년 후 금리가 상승하는 스텝업 조항이 포함됐다. 시장에서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이를 전액 인수한 구조에 대해 자회사 부실 리스크를 지주 재무에 이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기존 신종자본증권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주사로부터 수혈된 자금 상당 부분이 신탁계정대로 투입되면서, 지주 자금이 다시 부실 사업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자본 지원이 지주 주주가치 훼손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계 전문가는 “부실 비중이 높은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지원은 경영상 판단 영역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주주 이익 침해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80%를 상회해 전체 채권 중에 80%를 못 받고 있어서 심각한 위기에 빠진 자회사에 지주사가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경영상의 판단을 넘어 지주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며 "주주가치 훼손에 더해 주주에 대한 배임으로 판단될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신한자산신탁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신탁계정대 확충 및 책임준공 소송 패소에 따른 배상금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