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월 31일 07시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정지은 기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했을 뿐, 그거 낮춘다고 은행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도 없어요. 오히려 높여야 대출에 이득이 되는 건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볼멘 소리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교환해 담합했다며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869억원,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순이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7500여 건의 LTV 정보를 공유하면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경쟁 은행의 기준을 인지한 상태에서 무리한 영업 경쟁을 피하고, 결과적으로 LTV를 하향 평준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 결과, 4대 은행의 LTV는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타 은행 대비 평균 7.5%p가량 낮게 형성됐다.
반면 은행은 "담합할 유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수익 구조상 대출 한도(LTV)를 높여 대출을 많이 해야 이자 이익이 늘어나는데, 굳이 경쟁사와 모의해 한도를 낮출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에서 중요한 건 담보물 가치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신용도"라며 "단순히 LTV 지표를 참고했다고 해서 시장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이 아닌 공정위가 바라보는 시각이 현장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이번 제재가 금융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로 규정된 데 대한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정위는 은행을 대출 상품 판매자로 본다. 판매자들이 정보를 공유해 공급(대출 한도)을 줄였으니 명백한 위법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금융권은 은행을 '리스크 관리자'로 본다. 은행이 무한 경쟁을 벌여 LTV를 한도까지 끌어올릴 경우, 당장은 차주에게 좋을지 몰라도 경기 침체기에는 부실 확대로 이어진다. 경쟁사와 정보를 공유한 행위는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적정선을 찾기 위한 '시장 모니터링'이었다는 주장이다.
금융 당국이 그토록 강조해온 '건전성 관리'가 공정위의 눈에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치부됐다. 은행은 당국에게 "가계대출 조이라"고 호통을 듣고, 공정위에게는 "왜 대출 경쟁 안 하냐"며 과징금을 맞은 셈이다.
금융은 신뢰와 리스크 관리 위에서 작동한다. 은행에게 부과된 2720억원의 대규모 과징금이 던진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경쟁을 요구하는 동시에 안정을 기대하는 것이 가능한지, 은행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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