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29일 17시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MBK의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州) 제련소 건립에 추진력이 붙게 됐다. 그렇다고 고려아연을 향한 ‘어깃장’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영권 획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영풍‧MBK의 흠집 내기는 계속될 것이다. ‘제2의 마스가’나 다름 없는 고려아연의 테네시주 제련소 투자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경제TV 범찬희 기자]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을 저지하려던 영풍‧MBK의 시도가 애초부터 성사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한진칼과 KCGI 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법원 판단에서 보듯,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이뤄진 유상증자라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지분 방어 목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 판단이 이미 확립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MBK가 한미 간 경제‧산업 협력이 결부된 대형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한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영풍‧MBK의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상법 제418조 제2항 해석이 핵심 쟁점이었다. 해당 조항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합작해 설립한 크루서블JV에 220만9716주를 배정하고, 그 대가로 2조8500억원을 조달하는 구조가 경영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자금 조달의 실질적 목적이 재무 개선이나 사업 추진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에 있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영풍‧MBK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백기사’ 유치를 통한 사전 포석이라고 봤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을 포함한 지분율이 30% 초반대에 그치는 반면,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약 45%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이사회 장악을 위한 방어 수단이라는 해석이다. 유상증자 이후 크루서블JV가 10.6%의 지분을 확보하며 고려아연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목적을 지배력 방어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대목에서 시장은 2020년 한진칼과 KCGI 간 분쟁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당시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이에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연대해 유상증자의 실질 목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7.3%로, 반(反) 조원태 진영의 47.3%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KCGI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조 회장은 산업은행이라는 우호 주주를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번 고려아연 사례가 한진칼 판례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영풍이 MBK를 파트너로 선택한 점 자체가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 롯데카드 해킹 등 굵직한 이슈로 여론의 부담을 안고 있는 사모펀드의 손을 법원이 쉽게 들어주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 나아가 미국계 사모펀드가 한미 간 산업‧안보 협력이 결부된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연출한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미국계 PE가 한층 공고해 지고 있는 한미 동맹을 훼방하는 자기모순적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오션을 필두로 한 ‘마스가’,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이라 일컬어지는 핵잠수함 도입의 뒤를 잇는 낭보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를 반길 리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풍‧MBK 진영이 한진칼 사례를 보다 면밀히 분석했다면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보다 정교한 법리와 논리를 제시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기각 결정으로 내년 주주총회를 앞둔 이사회 구성 경쟁에서 최윤범 회장 측이 한발 앞선 위치를 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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