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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특명, 은행 점유율 가져오기…반쪽 성공
최태호 기자
2025.12.11 14:06:55
DC 사업자 변경 제한, 위험자산 비중이 걸림돌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1일 8시 5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최태호 기자)

[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증권사들이 IRP(개인형퇴직연금)에서 은행의 점유율을 가져오고 있다. 상품 투자의 편의성을 강점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다만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선 아직까지 은행의 점유율이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입장에선 은행에 유리한 사업자 선정제도가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된다.


1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말 기준 증권사의 IRP 적립금은 41조8000억원으로 전체 적립액 121조4000억원의 34.4%다. 전년 동기(31.3%) 대비 점유율이 3%p(포인트) 이상 올랐다. 은행의 점유율 일부도 뺏어왔다. 3분기 은행의 IRP 적립금 점유율은 60.6%로 전년 동기 63.8% 대비 줄었다.


당초 증권업계에선 퇴직연금 사업은 적자 부문으로 통했다. 초기비용은 많이 드는데, 타업권 대비 수수료율이 낮아 수익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수익을 만들어낼 규모를 키우는 게 과제였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 과반을 차지한 은행들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게 주요 목표로 평가됐다.

지난해 10월말 당국이 실물이전 제도를 도입하며 증권사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실물이전 제도는 기존 가입상품의 해지 없이, 타 퇴직연금 사업자로 계좌를 바꾸어 이전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상품의 현금화에 따른 비용, 시장 변동에 따른 손실, 기회비용 상실 등 퇴직연금 가입자의 부담이 있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가입자 선택권 확대차원에서 도입했다.


특히 최근 각광받는 ETF(상장지수펀드)의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점이 증권사의 강점이다. 주식중개업이 증권사의 고유영역으로 분류돼, 은행은 신탁 형태로 ETF 등 투자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아직까진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지배력은 공고한 모습이다. 올해 3분기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59조원이다. 이중 은행의 적립금은 241조원(52.5%), 증권사의 적립금은 120조원(26%)이다. 지난해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증권사의 점유율이 올랐지만, 은행권도 점유율 방어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말 점유율은 은행권이 52.6%, 증권사가 24.1%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규모 확장에 걸림돌로 평가받는 건 은행에 유리한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제도다. IRP는 근로자가 재직 중 자율 가입 또는 퇴직·이직시 퇴직급여를 적립 운용한다. 때문에 실물이전에 제약이 크지 않다.


반면, 근로자가 재직중 가입하는 DC(확정기여형)와 DB(확정급여형)는 사업장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한다. 가입자가 실물이전 제도를 통해 사업자를 변경하려면 사업장이 지정한 사업자 풀 내에서만 변경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경우 가입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DB는 기업(사업장)이 운용주체이고 가입자(근로자)에게 정해진 퇴직급여를 지급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DC는 운용주체가 가입자이고, 운용성과가 퇴직급여를 결정한다. 실질적인 이해당사자가 가입자임에도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지 못하는 셈이다.


연금업계 관계자는 "사업장들 중에는 복수의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이유로 은행을 DC 사업자로 등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퇴직연금제도 표준규약에 따라 사업장은 근로자 대표로부터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규약 지정 이후 사업자 풀 신규 지정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게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표준 규약이 오히려 자유로운 이전을 제한한다고도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DC 가입자 입장에선 불편함이 있는 건 맞지만 노사가 협의하면 사업자 풀은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제도의 위험자산 비중 제한 역시 걸림돌로 평가된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업권에서는 매번 DC, IRP의 위험자산 편입비중 제한을 풀어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수요가 있는 만큼 가입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계좌 안전자산 투자 관련 규정과 주식 비중 확대 방안 예시. (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퇴직연금은 계좌내 위험자산 비중이 70%로 제한돼 있다. 각 투자상품에서 채권의 비중에 따라 위험자산 여부가 결정된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다만 TDF(타겟데이트펀드), 일부 채권혼합형 ETF로 해당 규제 우회가 가능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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