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국내 캐피탈사가 자동차 금융의 핵심 유통망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대리점 업무 진입이 원천적으로 제한돼 시장 경쟁력과 소비자 편익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22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금융 혁신·디지털 전환 시대의 캐피탈사의 역할과 제도 개선’을 주제로 ‘2025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 박태준 여신금융협회 실장,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 등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4개 주제를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서 학회장은 “캐피탈 업계는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녹색성장과 디지털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금융업권 가운데 카드사, 저축은행, 은행에는 보험대리점 업무가 폭넓게 허용돼 있지만 캐피탈사는 자동차 금융의 핵심 유통망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대리점 업무가 전면 금지돼 있다. 이로 인해 플랫폼 사업 구조가 토스, 카카오페이 등 일부 대형 IT기업에 집중되고, 자동차 금융회사와 보험사의 제휴 기반 혁신은 크게 위축됐단 분석이다.

서 학회장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이 허용될 경우 기존 대형 보험사 중심의 과점 구조가 완화되고 시장 집중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는 “캐피탈사의 신규 진입은 보험시장 내 경쟁을 촉진해 독점적 구조를 깨뜨리고,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및 통신판매 부수 업무 허용이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규제 완화의 긍정적 효과로 ▲보험료 인하 ▲시장 경쟁 촉진 ▲소비자 선택권 확대 ▲소비자 만족도 개선 등이 확인됐다.

서 학회장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 금융당국은 캐피탈사 등 비은행 금융사에도 보험대리점 및 통신판매 부수 업무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및 유통채널의 다양화는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고 상품·서비스 품질 제고, 맞춤형 금융상품 제공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소형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설문조사 결과, 이 서비스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보험상품 선택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소형 보험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핵심 도구”라며 “향후 캐피탈사의 보험대리점 업무 제한을 해소해 플랫폼 참여와 보험상품 판매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서 학회장은 “금융업권별로 상이하게 적용되는 규제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존 사업자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 경쟁을 저해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확대, 오픈 API 정책 강화 등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금융업권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 캐피탈사의 자동차보험 및 통신판매 부수 업무를 동등하게 허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금융 혁신과 소비자 후생 증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