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17일 10시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범찬희 기자] 한진이 제109회차 전환사채(CB) 물량 일부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시장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소각되는 82억원 규모의 CB는 발행 당시 부여된 콜옵션(매도청구권) 전액에 해당한다. 사실상 발행사가 주식 전환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어막’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지분율이 0.1%대에 불과한 조 에밀리리(한국명 조현민) 사장이 2대 주주인 사모펀드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최근 제109회차 CB 가운데 82억원 어치를 콜옵션으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CB는 통상 회수 시 소멸 처리되지만, 제3자에게 재매각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남는다. 이에 한진은 “재매각 없이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소각되는 물량은 전환가액(1만9170원) 기준 42만8950주 규모다. 이는 현재 오너 3남매(조원태‧조승연‧조 에밀리리)가 보유한 지분(2만8381주)의 15배에 해당한다. 이들 오너가 중 한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막내인 조 사장이 유일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각 결정이 내려지면서 한진이 더 이상 콜옵션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진은 2023년 7월 제109회차 CB를 발행할 당시 300억원의 권면총액 가운데 27.51%(약 82억원)에 대해서만 조기 회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번 콜옵션에 행사 가능 금액을 ‘올인’한 셈이다. 그렇다고 콜옵션 행사 기한이 코 앞에 닥친 것도 아니다. 콜옵션 기한은 내년 1월 말까지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특히 조 사장이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제 109회차 CB에는 발행사인 한진이 지정하는 3자도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콜옵션 권한을 얻을 수 있는 3자는 최대주주(한진칼‧30.25%)와 조 사장 등 특수관계인들로 한정된다.
실제 조 사장은 한 차례 콜옵션으로 한진 주식 일부를 매입한 바 있다. 올해 7월 1881만원 어치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1009주를 새롭게 획득했다. 전환액이 미약했던 터라 조 사장의 지분은 기존 0.13%(1만9587주)에서 0.14%(2만596주)로 느는 데 그쳤다. 이는 한진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의 9.62%(14만6266주)에 크게 못 미친다. 같은 날 조 사장과 더불어 한진 경영진 4인(노삼석‧류경표‧김현우‧서민석)도 도합 1121만원 어치의 CB를 전환해 600주를 얻었다.
업계에서는 한진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금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과 다름없는 만큼제109회차 CB가 조 사장의 지배력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가 대비 낮은 전환가액으로 한진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에이치와이케이제일호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진이 82억원 어치 CB 전액을 소각하기로 하면서 이러한 시나리오는 무용론이 됐다.
한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환사채 취득분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