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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2025.07.30 07:00:20
中, 韓 반도체 기술 수준 추월…배경엔 인재·기술 유출
이 기사는 2025년 7월 29일 14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1부 김수연 기자

[딜사이트경제TV 김수연 기자] "퇴사하고 어디로 이직하는지 묻기 조심스러워졌어요."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의 연구개발 실무자를 만나 들은 말이다. 몇 년 새 핵심 인력이 중국 경쟁사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퇴사자의 행선지를 묻는 게 부담스러워졌다고 한다.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다. 많은 기업 관계자가 같은 고충을 토로한다. 해외 인재·기술 유출이 한두 해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경각심이 든다. 그만큼 우리 산업이, 기업이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역협회는 "한국이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은 10%뿐"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한국을 능가하게 된 배경으로 국내 인재·기술 유출 문제가 꼽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78건에 달한다. 기술이 가장 많이 유출된 국가는 중국. 기술은 사람을 따라 간다. 인력 유출은 훨씬 더 심각하다. 


유출 이유는 명료하다.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부장으로 근무했던 김 모 씨는 2016년 중국 반도체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하면서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했다. 그 대가로 수백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은 지난 23일 2심에서 징역 6년과 벌금 2억원의 판결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장급 실무진이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했을 때 평균 3억~5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유출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업무 환경, 대우가 더 좋은 회사를 찾아 떠나는 인재들을 잡을 유인책이 부족하다. 이재명 정부는 '이공계지원 특별법'을 시행하며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전주기적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다만 마중물 역할을 해줄 카드는 부재한 상황이다.


기술 유출을 규제하는 법망도 헐겁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 이달 22일부터 시행되면서 처벌 대상과 손해배상액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사후적 조치에 머물러 있다.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 외국계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고, 유사한 기술이 등장한 이후에야 유출 정황을 뒤쫓는 구조다.


제도와 법만 탓할 수 없다. 기업 역시 반성해야 한다. 고급 인력을 단순 연차나 직급으로 평가하며, 성과에 따른 보상을 회피하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설계·공정·개발 부문 인력에 대한 장기근속 유인책이 없고, 사내 경력 관리 체계도 미비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가진 사람'을 데려가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금의 인사 시스템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정부도 조금 더 강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예산 지원 체계를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 현재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 R&D 예산은 연간 30조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핵심 인재 유인에 직접 활용되는 항목은 제한적이다. 연구비는 기업이 아닌 과제 단위로 분산되고, 인건비는 대부분 대학·출연연에 편중돼 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핵심 인재에게 경쟁력 있는 연봉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인건비·성과급 항목에 대한 세제 지원이나 매칭 펀드 도입이 필요하다.


기술 유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핵심 산업 종사자에 대한 이직 사전신고제 마련 ▲외국계 기업 이직 시 기술심의절차 강화 ▲기술 유출 위험도에 따른 직무 보안수당 도입 ▲국가 차원의 인력 관리 로드맵 수립 등이 있다.


기술은 기업과 국가가 쌓아온 시간의 결정체다. 기술을 경쟁국에 빼앗길 때 그 손실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 사람을 지키는 것이 곧 기술을 지키는 일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퇴사자의 행선지를 두고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오늘날의 풍경은, 우리 산업 경쟁력이 얼마나 위태로운 경계에 서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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