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23일 16시 50분 유료콘텐츠사이트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안 발표 이후, 은행권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계대출 시계가 멈춘 상황에서 전반적인 수익원 재점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권에서는 기업 대출과 비이자이익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근본적 영업력 개선을 위한 조달 확보도 중장기적 관점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딜사이트경제TV가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대응하는 주요 시중은행의 수익 전략 현황을 점검해봤다.
[딜사이트경제TV 김병주 기자]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리딩뱅크에 오르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양 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해 실적은 다소 주춤했는데 이는 공격적으로 접근해 온 여신 영업에 속도 조절을 단행한 결과다.
특히 이러한 하나은행의 전략적 선택은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분위기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수익 전략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한 이때, 지난해 ‘숨고르기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선제적 대출 관리, 빛 보는 하나銀
하나은행의 1분기 총 여신 잔액은 303조5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96조6000억원) 대비 2.3% 늘어난 수치다.
눈에 띄는 건 여신 증가율이다. 하나은행의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이 약 12%로 가장 높았고, KB국민은행은 6.8%, 우리은행도 4.4% 수준으로 하나은행을 앞섰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하나은행의 여신 증가율은 은행권 내에서도 상위권이었다. 하나은행이 리딩뱅크를 차지했던 지난 2022년 기준, 원화대출 증가율은 6.7%로 KB국민은행(4.4%)과 신한은행(3.8%), 우리은행(2.5%)을 제치고 가장 컸다. 2023년에도 하나은행의 전년 대비 원화대출 증가율은 6%를 기록, 4대 은행 중 1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소 꺾였다. 공격적인 대출 영업에 속도조절을 가하고, 대신 우량 차주 위주의 대출 공급에 집중하는 ‘리밸런싱’ 전략을 취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실제 지난해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약 302조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두 자릿수 대 증가율(10.3%)을 기록했고, KB국민은행(6.4%), 우리은행(6.3%)도 증가율 부문에서 하나은행을 앞섰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1분기까지도 지속된 모습이다. 그럼에도 업계 내부에선 하나은행의 여신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가율은 여전히 타 행 대비 낮지만, 대기업 대출 중심의 우량 여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대출 영업 리밸런싱이 필요한 현시점에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반기 공격적 여신 전략을 통한 성장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신 리밸런싱에 영업 동력도 ‘확대
하나은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근거는 바로 기업여신의 흐름이다. 가계대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여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업여신 영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의 기업금융 부문 또한 반전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기업여신 잔액은 167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6%(약 9600억원) 가량 늘어났다. 성장률과 증가 폭 모두 타 은행 대비 그리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기업대출 감소세가 3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건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기업여신의 반전을 이끈 건 바로 대기업 대출이었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대기업대출 잔액은 28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6%와 2.3% 증가에 그쳤고 KB국민은행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대기업 대출은 현재 대다수 시중은행이 집중하고 있는 시장이다. 중소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출 관리가 가능해 잠재적 건전성 리스크도 낮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세가 타 은행 대비 두드러졌다는 점은 분명 눈길을 끈다.
중소기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소폭(약 52억원) 감소하며 대기업 중심 여신 포트폴리오를 향한 리밸런싱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로 어려움 예상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자금 공급은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에도 긴급 유동성 지원을 위한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여신 영업-밸류업에도 ‘긍정 신호’
밸류업 기조에도 하나은행의 여신 전략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게 매겨지는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을 줄이고, 대기업 영업 비중을 높이면서 밸류업 지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지주사인 하나금융의 위험가중자산(RWA)는 283조4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273조1210억원) 대비 3.76% 늘어난 수치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 기록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연간 RWA 증가율 목표치를 4~5% 수준으로 설정했다. 이같은 목표치를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RWA 흐름은 타 지주사 대비 다소 여유가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밸류업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흐름 또한 공격적인 여신영업 강화를 뒷받침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CET1은 16.45%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안정적 수준을 보인다. 자본 비율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CET1이 낮은 타 은행 대비 유연한 여신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ET1이 높을수록 다소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대출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커지는 셈”이라며 “은행들이 앞다퉈 안정적인 자본비율 유지를 꾀하는 것도 이 같은 여신 전략 변화와 맞닿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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