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범찬희 기자] 한일시멘트가 8년간 이어온 모자(母子)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면서 업계 선두로서의 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한일시멘트는 인적구성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한일현대시멘트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오면서 성과가 분산되는 ‘손해’를 봐왔다. 하지만 한일시멘트로 사업 역량이 일원화되면서 쌍용씨앤이(C&E)를 제치고 점유율 등에서 1위 타이틀을 굳힐 수 있게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77.78%)인 한일현대시멘트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비율은 1:1.0028211로 기존 한일현대시멘트 주주들에게는 보통주 1주당 한일시멘트 신주 1.0028211주가 배정된다. 합병기일은 오는 11월1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이 매듭지어지면 한일시멘트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일홀딩스(59.8%)→ 한일시멘트(100%)→ 한일개발로 단순화 된다.
이로써 한일현대시멘트는 8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일시멘트는 2017년 7월 LK투자파트너스와 함께 투자목적회사 HLK홀딩스를 설립해 한일현대시멘트(당시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이후 2019년 6월 한일시멘트는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LK투자파트너스가 보유한 HLK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이듬해 HLK홀딩스를 흡수 합병해 한일현대시멘트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일시멘트의 한일현대시멘트 인수 시너지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일현대시멘트가 모회사인 한일시멘트와 차별화된 특징 없이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영위하는 사업만 놓고 봐도 한일현대시멘트는 이미 한일시멘트의 주력 분야인 시멘트 제조‧판매에 국한된다. 주요 경영층인 C레벨(CEO‧CFO‧CSO) 구성도 동일하다. 전근식 한일시멘트 CEO를 비롯해 한승윤 CFO, 오해근 CSO가 한일현대시멘트의 각 부문을 겸직하고 있다. 중복 투자와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한일시멘트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종식시키며 경영 효율화 제고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 합병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 경쟁사인 쌍용씨앤이에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업계 1위 위상을 굳힌다는 관측이다. 한일시멘트는 중견 건설사인 한일개발 등이 포함된 연결기준으로 놓고 보면 업계에서 가장 선두에 있다. 지난해 연말 1조741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1조6957억원을 벌어들인 쌍용씨앤이를 앞섰다.
본업만 놓고 보면 쌍용씨앤이에 뒤쳐진다. 지난해 연말 별도기준 매출은 1조1501억원으로 쌍용씨앤이의 1조3100억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한일현대시멘트와 경영 일원화가 되면 한일시멘트 별도 매출은 쌍용씨앤이와 유사한 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M/S(시장점유율)에서도 쌍용씨앤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씨앤이는 지난해 연말 21.2%로 국내 시멘트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삼표시멘트 16.17%, 한일시멘트는 11.08%, 한일현대시멘트는 10.68% 순이다. 한일현대시멘트의 점유율이 한일시멘트에 합쳐지면서 21.76%로 선두에 서게 된다.
한일시멘트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업계 전반에 일고 있는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돌파구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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