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 보다 무섭다’라는 말은 현대차그룹을 관통하는 관용어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순환 출자고리의 이음새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가 완성차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 국내에서는 중견 3사(KGM‧한국GM‧르노코리아)의 존재감이 미비한 만큼 서로가 최대 ‘적’이나 다름없는 게 현실이다. 정의선 회장의 휘하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를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EV 시리즈’를 앞세워 기아의 체질개선을 이끈 송호성 대표의 분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EV3, EV4 등 전동화 대중화 모델을 내놓았음에도 현대차와의 친환경차(HEV‧BEV 등)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딜사이트경제TV 범찬희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아의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은 12만3474대로 전년 동기대비 1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전년 동기 34.0% 늘어난 11만7349대의 친환경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아는 현대차보다 친환경 실적에서 2만4142대 앞섰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차이는 6125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아가 현대차와의 친환경차 경쟁에서 재역전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기아(19만6421대)의 친환경차 판매고는 현대차(20만3226대)에 못 미쳤다.
송호성 대표는 2020년 6월 기아 사장으로 부임한 뒤 전동화 전환을 골자로 하는 ‘플랜S’라는 이름의 전략에 집중했다. 2021년 8월 EV6로 프로젝트의 포문을 연 뒤 2023년 6월 플래그십형인 EV9을 선보이며 ‘EV 시리즈’를 구축해 나갔다. 송 대표는 지난해 7월 EV3에 이어 올해 3월 EV4를 선보이며 EV 시리즈의 대중성을 강화했다. 3000만원~4000만원대로 구매 부담을 낮추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을 타파할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대차 보다 강도 높게 EV로 체질개선에 나서고도 친환경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EV3와 EV4를 내놓고도 현대차와의 친환경 판매 격차가 좁아진 것은 ‘잠식 효과’(카니발리즘) 때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V4가 세단을 표방하고 있지만 해치백에 가까운 형태를 띄다 보니 소형 SUV인 EV3 구매층과 겹칠 수 있다.
EV4 출시 후 EV3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EV3는 올해 1월 429대가 팔린 뒤 2월 2257대, 3월 3032대, 4월 3057대로 판매고가 늘었다. 그러나 EV4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5월 1866대로 급락했다. 지난달에도 1884대로 반등하지 못했다. 이와 달리 EV4는 4월 831대를 시작으로 5월 1373대, 6월 1073대를 이어가며 ‘1000대’에 안착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는 EV를 비롯해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대차 보다 앞서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친환경 경쟁에서 현대차에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 매력도, 마케팅 등이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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