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7월 4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신현수 기자]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미국 오프라인 진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철수를 결정했던 중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연착륙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성공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K팝 팬덤의 관심이 K뷰티 등으로 확산되면서 올리브영의 글로벌 온라인몰의 매출이 급증하는 등 이 회사의 인지도가 크게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의 경우 국내와 달리 세포라와 울타뷰티라는 절대 강자가 존재해 확실한 차별화 없이는 후발주자인 올리브영이 설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에 현지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했다. 당시 이 회사 이선정 대표는 "미국 법인 설립은 올리브영의 핵심 파트너인 중소브랜드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지속가능한 K뷰티 성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K뷰티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외 시장에서도 K뷰티 성장 부스터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국내의 경우 시장 포화로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올리브영이 사실상 점령을 끝마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올리브영의 매장수는 작년 말 기준 1371곳,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다시 말해 확실한 집토끼를 확보한 만큼 더 큰 파이를 확보하기 위해 작년 일본에 이어 글로벌 1위 뷰티 시장인 미국 공략에도 나서게 된 셈이다.
올리브영이 미국을 점찍은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이 지역의 수출액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 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22년 80억달러(한화 약 10조8784억원) ▲2023년 85억달러(11조5583억원) ▲2024년 102억달러(13조8699억원)로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이중 미국향 수출액은 이 기간 8억달러(1조878억원)→12억달러(1조6317억원)→19억달러(2조5836억원)로, 작년 기준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더불어 2019년부터 자체 온라인몰인 '글로벌몰'을 통해 본격적으로 해외 직구 시장을 공략해 왔던 부분도 올리브영이 미국을 공략에 나선 배경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몰은 전 세계 150여개국에 2만여종의 뷰티 제품을 직접 배송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회원수는 약 245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북미 지역이 글로벌몰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올리브영의 미국 성공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단순한 로컬 브랜드를 넘어 외국인 고객들 사이에서 경험 기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올리브영 투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필수 방문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동남아에서 온 젊은 여성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올리브영 상품을 접하고 방한 시 직접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리브영은 이미 한국에서 검증된 큐레이션과 밀착형 운영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왔던 만큼 미국에서도 연착륙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의 미국 성공 여부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세포라, 울타뷰티 등에서 체계적이고 정교한 뷰티 서비스를 경험해왔기 때문에 단순한 상품 구색이나 트렌디한 브랜드 구성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유다. 게다가 두 브랜드 모두 매장수와 브랜드 인지도, 충성고객층뿐 아니라 뷰티 클래스, 퍼스널 컬러 컨설팅, 멤버십 프로그램 등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던 만큼 후발주자인 올리브영의 설자리가 애매하다는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올리브영을 일상적으로 찾는 것처럼, 미국 소비자들 역시 세포라나 울타뷰티에 대한 충성도가 굉장히 높다"며 "K-뷰티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은 건 분명하지만, 그 하나만으로는 미국 시장을 뚫기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미국 H&B 시장의 주류는 여전히 현지 뷰티 브랜드들인 만큼, 올리브영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올리브영이 국내에선 박힌 돌이지만, 미국은 세포라와 울타뷰티 같은 멀티존 매장이 많다"며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브랜드 영입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H&B 스토어를 넘어 K뷰티·K팝·K푸드를 아우르는 'K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으로 확장해 CJ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방향을 고민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리브영은 2013년 상하이 판매법인을 설립한 이후 2017년까지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10개로 늘렸다. 하지만 사드(THAAD) 사태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와, 현지에서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2020년 전후로 모든 매장을 정리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관계자는 "과거 중국 오프라인 매장은 철수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단위 진출 등 전략 방향을 현지 상황에 맞게 전환한 것"이라며 "미국에는 세포라와 울타뷰티 등 강력한 오프라인 채널이 있지만, 이들은 북미·서구권 중심의 포트폴리오라면, 올리브영은 K-뷰티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및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K-뷰티가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현지화된 마케팅과 브랜드 체험을 강화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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