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SK텔레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AI 컴퍼니'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로 인해 SK텔레콤의 정보보호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본업인 이동통신조차 해킹 사고를 피하지 못한 만큼 AI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2021년부터 'AI 컴퍼니' 비전을 내걸고 통신을 넘어 모든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며 AI 역량 강화에 집중해왔다. 올해는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통해 '돈 버는 AI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빠르게 수익화가 가능한 AI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B2B·B2C AI 서비스까지 단계적으로 수익모델을 강화해 2030년까지 AI 매출 비중을 3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은 지난해 AI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기면서 점차 현실에 가까워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대규모 유심 해킹 사고가 터지면서 AI 컴퍼니 비전에도 제동이 걸렸다. AI 역시 사이버 공격에 따른 개인정보 및 데이터 유출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AI 사업모델은 외부 해킹 공격뿐만 아니라 내부자에 의한 데이터 유출,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오남용 등 기존 통신보다 복잡한 개인정보 리스크를 안고 있다. SK텔레콤이 AI 중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기술 혁신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는 보안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해 초 AI 피라미드 전략이 강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AI 거버넌스를 정립했다. AI 거버넌스는 AI 피라미드 전략의 각 영역에서 신뢰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AI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사결정체계다. SK텔레콤이 강조하는 AI 거버넌스의 핵심은 고객 데이터의 신중한 활용과 프라이버시 보호다. SK텔레콤은 이사회와 ESG위원회, CEO, CGO(최고거버넌스책임자), AI 거버넌스팀 등 다층적 심의체계를 통해 AI 서비스의 리스크 평가와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로 인해 SK텔레콤의 AI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단순한 보안 침해를 넘어 AI 기업으로서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B2B 고객사들은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를 AI 서비스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어 SK텔레콤의 신뢰도 하락은 신규 계약과 글로벌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유럽연합(EU) 등 개인정보 보호법이 엄격한 시장에서는 보안 사고 이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올해 하반기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AI 에이전트 '에스터'도 신뢰 회복 없이 해외 진출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AI 사업이 축소되거나 방향이 바뀌는 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됐다고 봐주길 바란다"며 "AI는 SK텔레콤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이번 사고와 무관하게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통해 내부적으로 보안의 기본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보안은 모든 사업의 기반이 되는 기본기이며 앞으로도 정보보호 역량을 한층 높여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