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국헌 기자]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3세 경영을 본격화 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 정경선 전무가 지난해 1월부터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 입사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인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1970년대생 임원을 전진 배치하는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정 전무가 현대해상 내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영능력 입증과 안정적 지분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1인대표 체제로 세대 교체..경영권 승계 작업 신호탄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장기간 고수한 2인 대표 체제를 1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60대인 조용일 부회장과 이성재 사장이 사임하고 50대인 이석현 부사장을 발탁했다. 대표이사의 유고를 보완할 수 있는 2인 대표 체제의 장점 대신에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1인 대표 체제를 선택했다.

이와 함께 임원을 1970년대생으로 전진 배치했다. 업계 안팎에선 작년 말 현대해상의 인사는 1986년생 정 전무를 위한 세대교체 인사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신호탄으로 읽혔다.

특히 정 전무 아래 전문가 집단을 꾸려 지난해 TF(전담팀) 형태로 운영하던 지속가능실을 실로 승격하고 1970~1980년생 외부 전문가를 수석 전문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화려한 벤처투자 경력..보험 전문성 입증은 과제

10여 년 전부터 입사해서 경영수업을 받은 보험업계 3세들과 달리 정 전무의 입사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정 전무는 외부에서 ▲소셜벤처 육성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의 설립자 겸 CIO(최고상상책임자), ▲임팩트(사회적 가치) 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의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록펠러자선자문단 이사, ▲싱가포르 사모펀드 운용사 실반그룹의 매니징 파트너, ▲리질리언트시티즈 네트워크 이사, ▲루트임팩트의 미국 자매조직 커뮤니타스아메리카의 이사회 의장 등 벤처투자로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루트임팩트는 스타트업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로 유명하다.

정 전무는 현대해상에 입사한 후 렌딧, 자비스앤빌런즈 등 핀테크 기업들과 U뱅크 컨소시엄을 꾸려,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했다가 경제와 정국 불안정을 이유로 잠정 보류했다.

범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보험을 맡아 주로 기업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성장기에서 정체기에 접어든 현대해상이 도약의 전기를 맞으려면 창업 DNA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10년간 보험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3세들과 달리 부족한 보험 전문성을 입증하는 과제가 남았다.

개인 지분 0.45% 불과..자사주 12.3%로 보완

정 전무의 또 다른 과제는 낮은 지분율이다. 정 전무가 보유한 현대해상 지분은 0.45%에 불과해 누나인 정정이 현대하임자산운용 부대표의 지분 0.38%와 큰 차이가 없다.

70세인 부친 정 회장의 지분 22.00%를 증여 받거나, 시장에서 현대해상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현대해상 지분 22.00%의 가치는 5035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 일가의 지분은 22.83%로 외국인 지분 39.00% 보다 낮지만 정 회장 일가 지분에 자사주 12.30%를 더할 경우 35.13%로 높아져 경영권 방어에 큰 방패막이 될 수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밸류업 레벨2-지배구조 개편' 보고서에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경영권 방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주식 비중이 높은 기업은 소각 압박이 커진다면, 소각 시 실질적인 지분율 하락에 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