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6월 9일 18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성우창 기자] 신성통상이 또다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현재 추진하는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그간 주주환원 없이 쌓아온 수천억원대의 유보금이 오너가의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쓰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에선 현재 공개매수가가 1년 전보다는 2배 가까이 높지만, 과거 자녀들에게 실시된 증여 사례에 비춰볼 때 소액주주들이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주당 4100원에 신성통상 주식 16.13%를 공개매수 하겠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는 오는 7월 9일까지 진행되며,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총 매수대금 950억원은 가나안·에이션패션이 보유한 현금이 동원된다.
신성통상은 의류 브랜드 탑텐과 지오지아를 보유한 곳이며, 1968년 설립된 1세대 패션 브랜드 회사다. 비상장사 가나안(45.63%)과 에이션패션(20.02%)이 1·2대 주주다. 이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염 회장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던 가나안의 최대주주였으나 지난 2009년경 장남 염상원 씨에게 지분이 증여되며 지분율이 82.43%를 기록, 사실상 승계 구도가 정해진 상태였다.
이후 15년여가 흐른 지금, 증시 환경이 바뀌며 날이 갈수록 상장사에 더 많은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 자진 상폐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1953년생인 염 회장의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승계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신성통상은 작년 6월경에도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공개매수가는 2300원 수준. 이에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사 공개매수에 실패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새로운 공개매수가는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되기 직전인 이달 5일 신성통상 주가는 3020원으로, 약 36%의 할증률이 붙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성통상의 '알짜 자산'을 오너 일가가 독식하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성통상은 매년 1조원대 매출과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정도로 건실한 회사다.
작년에도 매출 1조5079억원, 영업이익 1218억원을 기록했다. 그만큼 사내 유보금도 오랜 기간 쌓여, 올 1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3849억원에 달한다.
반면 신성통상은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중이다. 지난 2023년 주주 반발에 부딪혀 한 차례 주당 50원을 배당한 것이 전부다.
소액주주들의 비난을 받는 이유다. 특히 신성통상의 최대주주이자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가나안의 상황과는 너무도 달라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가나안은 매년 오너 일가에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 왔는데, 지난 2021년에는 배당성향이 49.44%, 2022년에는 24.24%에 달했다. 2023년에는 12.54%, 2024년 5.46%에 그쳤는데, 이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및 국정감사에 따른 부담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신성통상이 자진 상폐에 성공해 완전히 오너가의 소유가 되면 현재 쌓여있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은 오롯이 오너 일가의 손에 들어긴다. 해당 재원은 향후 증여가 마무리될 시 따라올 세금 납부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전 있던 오너 일가의 내부 증여 사례도 여전히 주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상태다. 지난 2021년 염 회장은 딸인 염혜영, 염혜근, 염혜민 씨에게 신성통상 지분을 각각 4%씩 증여했다. 수증이 이뤄질 당시 신성통상 주가는 2000원대였다.
세 딸은 수증 이후 3개월 만에 보유 지분의 3분의 2가량을 가나안에 팔았는데, 당시 매도가가 주당 4920원이었다. 증여 받은 가격의 2배가 훌쩍 넘는 주가다.
이후 2024년, 염 회장은 다시 세 딸에게 증여해 세 딸의 지분을 5.3%씩 만들었는데 당시 주가는 2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정황을 놓고 보면 오너 일가 구성원에게는 저가에 주식을 증여하고, 이후 가족회사를 이용해 고가에 지분을 다시 사는 방식으로 차익을 몰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신성통상 오너 일가의 편법 증여 의혹은 정치권에서도 비난 받았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련의 지분 매입 과정을 지적, 내부정보를 이용한 고가양도에 따른 이익 증여 가능성을 제기했다.
염 회장이 세 딸로부터 고가로 주식 일부를 사들인 것은 사실상 현금 증여에 해당해 세무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이후 실제 세무조사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성통상은 2021년에도 국세청 조사4국에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결국 현재 공개매수 가격이 과거 가나안이 세 딸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당시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자진 상폐가 될 경우 자유롭게 배당·증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성통상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배당금 주는게 그리 아깝나", "5100원이었으면 인정했을텐데", "3년 반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수익률이 (아직도) 별로다" 등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신성통상 주주연대는 "이번 공개매수가는 철저히 계산된 수치일 뿐 주주를 만족시킬 수준은 아니다"라며 "과거 자녀에게는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을 사줬으면서, 일반 주주에겐 그보단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 관계자는 "공시 외에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경제TV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