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규연 기자] 국내 시행사와 건설사가 공동주택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도입 및 사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다른 건설 기법과 비교해 환경 및 안전 규제 부담이 덜한 데다 관련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 등의 발주처를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건물을 직접 짓는 현재 건설 방식이 기후위기와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모듈러 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부재를 70% 이상 사전 제작한 뒤 건물을 짓는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건설 현장 작업이 줄어드는 특성상 주택 대량 생산이 가능해 공동주택 건설에 주로 쓰인다. 공사 기간도 현장 건설보다 평균적으로 20~30% 짧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건설 방식은 건설 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이밖에 현장 인력 투입이 줄어들면서 고령화 등의 현장 문제에 대응할 수 있고, 기존 현장 건설 방식보다 탄소 저감과 에너지 절약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공임대 모듈러주택 1000호를 발주한 데 이어 올해는 2000호로 확대했다. 2026~2029년 동안 매년 3000호를 발주할 방침도 세웠다. 지난달 국토부 관계자들이 모듈러 주택 등 OSC(탈현장건설) 기술이 활발하게 쓰이는 싱가포르를 방문하기도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모듈러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달 ‘모듈러 주택 업무 매뉴얼’을 내놓았다. GH(경기주택도시공사)ㆍSH(서울주택도시공사)ㆍiH(인천도시공사)도 9일 공동세미나를 열어 그간 추진한 모듈러 주택 사업성과를 공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이런 정부 주도형 모듈러 주택 확대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건설공사 발주ㆍ설계ㆍ시공ㆍ감리 등 전 과정에 대한 안전대책 강화’ 및 ‘스마트건설 기술 인프라 구축’을 공약했다.
한국주택협회가 대선 유세 기간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정책제안에도 모듈러 주택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 정책제안에서 주택협회는 모듈러 주택에 용적률과 건폐율,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런 정책 방향이 지속된다면 모듈러 주택 시장의 빠른 성장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 규모는 2019년 324억원에서 2023년 8059억원 규모로 급증했고, 2030년에는 최대 2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 역시 모듈러 주택을 향후 먹거리로 판단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GS건설의 경우 2020년 해외 목조 모듈러 전문기업 2곳을 인수하고 같은 해 모듈러 주택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하면서 관련 시장에 비교적 빨리 뛰어들었다.
GS건설은 자이가이스트를 통해 복지시설 및 공공임대주택 등의 모듈러 주택 건설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이가이스트의 연간 매출액은 2023년 14억원에서 2024년 149억원으로 급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3년 모듈러 공동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 이때 지상 13층 규모 건물을 지어 고층 모듈러 주택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공간제작소와 손잡고 아파트 부속시설을 목조 모듈러 건축물로 짓기로 했다.
다만 모듈러 주택은 초기 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빠른 시장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물 부재를 공장에서 만드는 만큼 생산 설비 관련 고정비, 부재 운송비 등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공사비도 기존 현장 건설 공법보다 30%가량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은 초기 비용이 다소 많은 만큼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점진적 확대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며 “대량 생산 및 공작 제작률 상승이 선행된다면 모듈러 주택의 경제성도 장기적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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