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올해 6월과 9월, 총 65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조기상환(콜옵션) 시점을 앞두고 있는 푸본현대생명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의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건 사례가 있어 건전성 지표가 열악한 푸본현대생명의 콜옵션 행사 가능 여부를 점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6월과 9월 각각 150억원,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 자본성증권 콜옵션 행사 시점이 도래한다.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경과조치 전 -24%, 경과조치 후 146%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기준 각각 -9%p(포인트), 11%p 하락한 수치로 당국의 권고기준(150%)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경과조치 전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점은 자본의 실질적 건전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본현대생명의 재무·손익 지표는 빨간불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3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725억원까지 확대됐다. 손실 폭이 분기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콜옵션 행사 여부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최근 롯데손보 사례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8일 9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콜옵션을 행사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이 이를 불허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이 '원칙모형' 기준으로 127.4%에 불과해, 150% 권고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했다. 롯데손보는 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예외모형'을 사용했지만, 당국은 계약자 보호를 이유로 원칙모형 기준을 적용했다. 

문제는 푸본현대생명의 재무 상태가 롯데손보보다 오히려 더 취약하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전 101.60%, 경과조치 후 119.9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보다 각각 44.82%p, 64.07%p 감소한 규모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11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40억원) 보다 66% 넘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푸본현대생명은 손실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콜옵션 행사 시 일반계정 자산을 활용하게 될 경우, 계약자 이익 침해 우려와 법규 위반 소지까지 제기될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롯데손보 콜옵션 불허 배경에 대해 “건전성 저하 상태에서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용평가사의 의견도 부정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푸본현대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등급을 A+/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에서는 “자본성증권 상환기일 도래, 경과조치 효과의 축소, 자본규제 고도화 등의 제도 시행으로 자기자본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보험손익 적자가 지속돼 수익성이 저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금리 하락은 푸본현대생명에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금리가 50bp 하락할 경우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14%p 오른 171%, 100bp 하락 시 22%p 상승한 179%까지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과거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았던 푸본현대생명의 사업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보다 만기가 짧아,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자산보다 낮다. 따라서 금리 하락 시 부채 가치 상승폭이 작아지고, 결과적으로 킥스 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