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경제TV 이진실 기자]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카드업계가 애플페이 도입에도 뚜렷한 실익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에 더해 애플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부담까지 겹치며, 실적 개선보다는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카드사의 비용 효율화와 신수종 사업전략’을 주제로 춘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면서 간편 인증 기반의 간편결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의 월평균 이용 실적은 3072만건, 9594억원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간편결제 확산과는 별개로 카드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이미 한계 상황까지 인하된 상태”라며 “정부는 지난 18년간 15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인하했으며, 그 결과 카드사는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그는 “카드사가 애플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미국, 유럽, 일본 모두 신용카드 거래액의 0.15% 수준”이라며 “현대카드도 애플페이 도입 이후 결제액이 평균 26조원에서 39조5000억원으로 약 51.4% 증가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 카드사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에 이미 낮아진 수수료 수익 구조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시장 점유율 확대 목적 외에 실질적인 수익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페이 역시 애플페이 확산에 대응해 수수료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카드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페이 결제액은 연간 73조원 규모로, 애플페이 수준의 0.15% 수수료를 적용할 경우 카드사들은 연간 1095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의 보급률은 전국 가맹점 중 약 10% 수준”이라며 “단말기 교체에 평균 20만원이 소요돼 소상공인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진입을 원하는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현실은 카드사들이 비용을 떠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카드사 입장에서 애플페이 도입은 비용 부담만 커지고 수익은 늘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 수익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발표한 서지용 상명대 교수 역시 “적격비용 제도 도입 이후 카드사의 총자산이익률(ROA)은 1.4%까지 하락했다”며, “신용판매 부진과 수수료율 규제 강화가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카드론 수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신용판매 부문 부진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인해 신용카드 이용 증가율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민간소비를 대리하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의 증가율은 지난 2022년 이후 계속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며, 소비 위축이 카드 사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 교수는 “수수료율 인하는 신판(신용판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여전채, ABS(자산유동화증권), 신종자본증권 등 자금조달 수단을 다원화해 조달비용을 절감하고 PLCC(상업자표시카드) 확대를 통해 비용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신한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도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나 상반기 내 추가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페이가 애플페이와의 병행 결제 제공을 조건으로 카드사들에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수수료율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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