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5월 22일 16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성우창 기자] 아세아그룹의 경영 승계 구도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초 오너가 3세인 장남 이훈범 회장이 무난하게 그룹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버지인 이병무 명예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는 잔여 지분의 향배가 후계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 깜짝 등장한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과 오는 2026년까지 예정된 주주환원 정책 등이 얽히며 경영 승계 마무리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차남인 이인범 부회장으로 승계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세아그룹은 지주사 아세아가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 지분을 각각 56.27%, 50.76%씩 보유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다시 한라시멘트, 아세아산업개발, 경주월드, 유진판지, 제일산업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아세아는 이병무 명예회장(창업 2세대)과 장남 이훈범 회장, 차남 이인범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총 45.1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세아제지, 아세아시멘트에도 오너가 개인 지분이 있지만 1% 미만에 그친다.
사실상 지주사인 아세아의 1대 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셈이다. 이훈범 회장은 아세아 지분 14.45%를 가진 최대주주다. 동생인 이인범 부회장은 7.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병무 명예회장이 여전히 약 12%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 지분이 누구에게 가냐에 따라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승계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은 지난 2017년 6월 이병무 당시 회장이 아세아 주식 4.56%를 이훈범 아세아시멘트 대표에게 증여하며 본격화됐다. 이후 2020년 지분 2.28%를 한 차례 더 증여했으며, 이인범 아세아제지 대표에게도 약 2%를 넘겨줬다.
이로 인해 지분 관계가 역전되며 아세아의 최대주주는 이훈범 대표가 됐다. 이후 2021년 이병무 당시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이훈범·이인범 대표가 각각 아세아 회장·부회장직을 맡게 된다.
2020~2021년에 이훈범 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방향성이 정해진 셈이다. 그러나 향후 승계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병무 명예회장의 지분 뿐 아니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교육재단 문경학원도 아세아에 3.5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병무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윤무 명예회장도 아세아 지분 4.48%를, 그의 100% 개인회사 부국레미콘도 0.7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기타 오너가가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약 23% 지분이 이인범 부회장의 편에 설 수 있다는 '변수'가 남은 것.
업계에선 현재 이병무 명예회장의 나이가 만 83세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승계에 마침표를 찍는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때마침 아세아그룹을 향한 주주행동이 시작되면서 승계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승계 구도가 정해진 후 2021년 9월 돌연 VIP자산운용이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며 아세아시멘트 지분 6.36% 보유 공시를 냈다. VIP자산운용은 뒤이어 아세아 지분도 5.14%를 확보했고, 이후로도 매집을 계속해 현재 지분은 10%를 넘었다. 이후 VIP자산운용은 아세아 및 아세아시멘트에 배당성향 상향,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한다. 2023년에는 아세아제지 소액주주들이 주주연대를 결성해 주주행동을 본격화했다.
아세아그룹에 대한 주주행동이 시작되자 경영진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결국 아세아·아세아제지·아세아시멘트가 차례로 다년간에 걸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오는 2026년까지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영향으로 2022년 말 12만원대였던 아세아 주가는 2025년 5월 현재 26만원대까지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 증여 및 상속이 이뤄질 경우 상당한 세금을 감당해야만 해, 승계 속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상속세법 개정 추이도 변수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이 오히려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의 기회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총수를 줄여 기존 주주의 의결권 비중을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세아에 한해서는 자사주 매입만을 약속했을 뿐, 소각은 주주환원 계획에서 빠졌다. 이로 인해 현재 아세아의 자사주 지분은 21.19%에 달한다.
차후 VIP자산운용이 보유한 지분의 향방에 따라 승계구도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 확대 등을 통해 이후 자진 상폐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아세아 측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에 밝힌 대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및 처분 계획은 향후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계 작업 진행 계획은 현재 예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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