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2025년 5월 9일 10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SK그룹이 배터리 사업의 장기적 적자와 신규 투자 확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채무적 성격을 지닌 금융상품을 12조원 가량 조달하면서 재무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SK온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이 회사의 신용등급과 연계돼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도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SK그룹이 배터리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8일 주요기업 크레딧 이슈 점검 웨비나를 열고 SK그룹 실적 및 재무상태를 분석했다. 이날 한신평은 SK그룹의 신용등급 방어 관건으로 에너지·배터리 사업 반등을 꼽았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에너지, 반도체 부문이 경기 및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SK그룹의 차입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며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이 채무적 성격을 내재한 자금조달 규모가 약 12조원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의 자금조달 내역을 보면 ▲상환전환우선주(RCPS) 4조6000억원 ▲전환우선주 3조4000억원 ▲신종자본증권 1조6000억원 ▲총수익스왑(TRS) 4000억원 ▲우선지급권부사채(PRS) 1조5000억원 등이다. 이러한 금융상품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일정 기간 후 원금 상환이나 이자·배당 지급 등의 의무를 지니고 있어 사실상 빚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SK그룹이 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금 성격을 지닌 금융상품을 적극 활용하면서 재무적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많은 약 8조원을 조달했다. 이중 4조3000억원이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기업공개(IPO)와 직결된 RCPS로 2026년까지 상장이 지연될 경우 그룹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장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 중 SK온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로 재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SK온 신용등급 조정이 SK이노베이션 등급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은 못하지만, 향후 배터리 업황 안정화가 어려울 경우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은 SK온과 연계돼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K그룹이 올해부터 배터리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장 애널리스트는 점쳤다. 실제 SK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3년 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118%로 전년 대비 16%포인트 하락했고, 순차입금은 75조원으로 8조원이나 감소했다. 다만 에너지 부문은 배터리 투자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에너지 부문의 순차입금은 38조원으로 전년 대비 35.7% 늘었다.
장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사업은 대규모 투자에도 현재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SK온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올해부터 배터리 사업의 투자 자금 수요가 상당 수준 축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재무적 변동성이 내재된 자본 조달 규모가 약 8조원으로 그룹 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SK온 IPO와 연계된 재무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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